《 중국 경제에서 촉발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세계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제는 다음 달 금리인상이 거의 기정사실로 보였던 미국마저 이를 재검토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주저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국을 비롯해 세계경제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
글로벌 경제의 혼돈 속에서 길을 잃은 국내 증시는 20일에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4.83포인트(1.28%) 내린 1,914.55로 마감했고 전날 장중 6%대 폭락세를 보인 코스닥은 이날도 2.06%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에서 열흘 이상 매도 공세를 벌인 외국인은 이날도 3000억 원 규모의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 회의실에서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국내외 증시의 급락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중국 경제 불안에 미 연준도 ‘움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9일(현지 시간)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9월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이렇다 할 신호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금리를 올릴 만한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루려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를 빨리 올려야 한다는 ‘매파’와 금리인상 시점을 좀 더 늦춰야 한다는 ‘비둘기파’의 의견 대립도 팽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FOMC 위원들은 “금리인상을 위한 조건을 곧 충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다른 위원들은 “물가가 중기적으로 2%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근거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회의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기 전에 열렸기 때문에, ‘차이나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본격화된 지금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연준 내에 훨씬 더 많이 퍼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회의록이 공개된 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화 가치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회의록을 본 시장 전문가들이 전반적으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요즘은 연준이 금리 결정을 할 때 과거보다 세계경제 상황을 더 고려하는 추세”라며 “회의록 내용과 최근 중국 경제 상황을 봤을 때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20일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미국 금리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원화강세 현상이 나타났다”면서도 “연준이 금리인상을 위한 조건에 다가서고 있다고 한 걸 봤을 때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그렇게 많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최경환 부총리 “대비책 마련할 것”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중국의 경기둔화와 국제유가 급락 등 대외 리스크가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정부와 외환당국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고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며 “(중국 문제가) 미국 금리인상과 맞물리면 대외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금융 및 경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대비책을 내부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주 최 부총리가 “위안화 평가절하는 한국 수출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세계경제 동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많이 부정적으로 바뀐 셈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2013년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처음 시사했을 때는 우리 경제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돼 매우 안정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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