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그린 美 CSIS부소장 “南 ‘확성기방송 중단’ 수용 아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남북, 대치에서 대화로/해외 반응]

“52:48로 서울의 승리(victory)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태평양 선임보좌관 출신으로 수차례 대북 협상 경험이 있는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사진)은 25일 본보와 통화에서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린 부소장은 “대개 협상은 51:49의 결과로 타결되는데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52를 얻었다”며 “북한의 공개적 유감 표명을 신속하게 얻어낸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소득”이라고 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북미 협상에서도 사흘 가까이 밤샘 협상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북한과 장시간 협상을 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봐도 좋다”며 “게다가 북한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유감 표명 합의문을 조선중앙TV를 통해 가감 없이 공개한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워싱턴에서 북한이 ‘사과’ 표명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40시간 넘게 강도 높은 협상을 이어간 남북 협상단 얼굴을 TV에서 보니 얼마나 긴장의 연속 상황이었을지 쉽게 짐작이 갔다. 이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자격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린 부소장은 북한이 밤을 새워 가면서 마라톤협상에 나선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초조감이며 두 번째는 예상보다 강경한 한국의 군사적 대응 기류에 대한 당혹감, 세 번째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그린 부소장은 협상 타결의 배경으로 “김정은 스스로가 내심 인정한 ‘전술적 실수(tactical mistake)’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측에 인명 피해(지뢰 도발)까지 입혀가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남남 갈등을 유도하고 한미 연합훈련에도 영향을 미치려 했지만 결국 오판으로 드러났다는 것.

그는 “미사일이나 핵 도발과 달리 지뢰 도발처럼 한국 군인들이 희생된 경우 한국 내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반북 정서가 팽배해진다는 점을 김정은이 새삼 깨닫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린 부소장은 “다만, 이번 사태는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는데 남측이 이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일종의 다운사이드(downside·불리한 측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향후 북-미 관계에 대해서는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견해였다. 그는 “북한의 핵 야욕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 무력 도발은 여전히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에 깎인 체면을 살려야 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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