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카메라 없는 화장실로 황병서 불러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靑 “黃이 김정은 의식” 지시 전달… 김관진, 화장실서 허심탄회 대화
“향후 이런일 없으면 되지 않겠소” 유연해진 黃, 지뢰도발 간접시인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22∼25일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과 관련해 한국 대표단에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으면 되지 않겠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뢰 도발의 책임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 대표단에 지뢰 도발을 시인하고 시인과 재발 방지 약속을 명시적으로 할 것을 계속 요구하자 황 총정치국장은 “우리가 한 게 아니다”라고 버텼다.

이 모습을 회담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하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대표단에 “황병서를 화장실로 불러 얘기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협상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만큼 황병서를 카메라가 없는 화장실 등으로 불러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보라는 취지였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화장실에서 따로 만난 김 실장과 황병서가 비교적 자유롭게 많은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논의가 진전되자 황병서는 지뢰 도발과 관련해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으면 되지 않겠소”라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북측이 처음으로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고 한다.

한편 ‘2+2’ 남북 고위급 협상을 모니터링한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협상하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이 있으니까 좋더라”라며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치켜세웠다고 한다. 홍 장관은 올해 51세로 회담 대표 중 가장 젊다. 상대적으로 젊은 홍 장관이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한 정황 증거 등을 들이대며 북한 대표단을 깐깐하게 따지고 든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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