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불효자 방지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은 효(孝)라는 시공을 초월한 소재를 다룬다. 왕좌에서 내려오기 전 리어왕은 세 딸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묻는다. 첫째와 둘째는 “우주보다 목숨보다 사랑한다”는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다. 막내는 “자식으로서 사랑하고 존경할 뿐”이라고 정직하게 말했다. 막내를 쫓아내고 자신의 왕국을 물려준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왕은 비참하게 최후를 맞는다.

▷효(孝)는 ‘노인(老)을 자식(子)이 섬긴다’는 뜻이다. 교(敎)는 효(孝)와 회초리를 뜻하는 복(복)의 합성어다. 부모와 자식 간 인륜인 효도를 하지 않으면 매로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일 것 같다. 고려와 조선 때는 불효를 법으로 엄격하게 처벌했다. 고려 때는 부모 공양에 소홀하면 2년의 구금형, 부모를 구타하면 목을 베는 참형, 실수로 구타해도 귀양을 보내는 유형에 처했다. 조선의 대명률(大明律)에서도 비슷한 처벌 조항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은 2012년 ‘노인권익보호법’을 제정해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오랫동안 방문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고, 분가한 근로자가 효도 휴가를 신청하면 기업은 수용하도록 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불효 자녀에 대한 고소가 늘고 먼 고향의 부모를 대신 방문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싱가포르에서도 경제력이 있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부모나 국가가 고소할 수 있고, 위반하면 벌금형 혹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불효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법무부와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진하는 ‘불효방지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부양 의무를 저버린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을 쉽게 돌려받는 민법 개정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를 폭행하는 패륜아의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이다. 살림은 팍팍해지고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효도까지 법으로 규정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내년 총선의 ‘노인 표심’을 의식한 야당은 연내 입법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불효방지법이 만들어지더라도 부모를 모시는 자녀의 진심이 들어 있지 않으면 그것을 진정한 효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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