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땐 지역구 챙겨야”… 반토막 국감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03시 00분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마음은 콩밭에’

“추석 연휴 내내 지역구에서는 잠재적 경쟁자들 간에 ‘전쟁’이 벌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국정감사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

수도권의 새누리당 소속 한 초선 의원은 1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10일부터 시작되지만 의원들의 마음은 벌써 내년 총선이라는 ‘콩밭’에 가 있다는 얘기다. ‘민심의 용광로’로 불리는 추석 연휴를 전후해 국감에 매달린다면 지역구의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안방을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는 현장의 여론이 크게 반영되는 상향식 공천이 유력한 상황이어서 정치인들의 명절맞이 민심 잡기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웬만한 지역구에선 경선을 준비하기 위해 책임당원을 모집하느라 한여름 더위를 잊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현역 의원이라고 잠시 지역구 챙기기에 소홀하면 “간 큰 사람”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13년 만에 추석 연휴를 끼고 1차, 2차로 국감이 분리 실시되는 탓에 국감 집중도는 더 떨어지는 느낌이다. 주요 일정이 빽빽한 전반기 국감과 달리, 추석 이후 2차 국감은 19대 최악의 ‘물 국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 예로 국방위 국감 일정은 10일 국방부, 11일 합동참모본부 등 주요 감사 대상 기관이 초반에 몰려 있다. 반면 2차 국감 기간 5일 중 사흘은 현장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식, 국방과학연구소 방문 등을 넣어 놓았다. 국방위원회 소속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일정이 이렇게 분리되면 국감 질도 낮아지고 국감 이후 예산 심사 기간도 줄어든다”며 “국감을 준비하는 보좌진이나 피감 기관 직원들은 추석도 쇠지 못한다”는 우려를 쏟아 놓았다.

다른 상임위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소속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보좌진은 “추석 밥상에 정부의 실정(失政)을 본격적으로 올리려는 의도였다고 하지만 준비 기간이 부족해 오히려 ‘졸속 국감’이 되게 생겼다”며 “이건 실리도 명분도 없다”고 한숨쉬었다.

한편 1일 농어촌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들은 “지역구를 사수하자”며 긴급 회동했다. 밥그릇 지키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헌법불합치 결정을 가리켜 “아주 잘못된 탁상 판결의 전형”이라며 “‘널뛰기’가 아니라면 게리맨더링(정략적인 선거구 조정)으로라도 농촌 지역구를 지켜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들은 집단이기주의, 님비(NIMBY) 의원들”이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는 ‘2 대 1’ 인구 편차로 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은 이날 “획정 기준 등을 국회에서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해 획정위 임무가 큰 장애에 직면하게 된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선거구획정위원들은 7∼9일 통폐합이 예상되는 선거구 조정 쟁점 지역인 경북, 강원, 전남, 전북 등 4곳을 방문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홍정수 hong@donga.com·황형준·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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