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조원동]중국 호랑이 등 올라타 살아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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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중앙대 석좌교수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중앙대 석좌교수
10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당시 중국 교환교수로 있다 온 친구로부터,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세 가지 공한증(恐韓症)을 들었다. 당시 애니콜로 대표되는 한국의 기술과 제품이 막 비상하는 중국 경제에 통하리라는 자신감이 있던 상황에서 중국 호랑이 등에 타기 위한 혜안을 주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며칠 전만 해도 상하이 주식시장 폭락 등 중국 경제 리스크가 언론 매체를 도배했는데, 웬 생뚱맞은 옛날 타령이냐고? 필자는 중국 실물경제는 향후 적어도 10여 년은 건재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더 큰 관건은 우리 경제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우리를 밟고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몸집이 훌쩍 커진 중국 호랑이 등에 계속 타고 있으려면 그만큼 더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얘기한 첫 번째 공한증은 애니콜로 대표되는 한국의 기술. 그러나 곧 극복될 것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중국은 건설 석유화학 등 전통적 산업은 물론이고 조선 자동차 심지어 반도체에서까지 무서운 기세로 우리 자리를 넘보고 있다.

두 번째는 축구. 올림픽 등 각종 국제경기에서 아시아권 1등을 차지하는 중국이지만, 유독 축구에서만큼은 한국에 약하다. 왜 그럴까. 그 친구의 설명은 이랬다. 중국도 한국처럼 프로축구를 도입했다. 그런데 성 단위로 프로축구단 하나씩만을 허가하다 보니, 선수 입장에서 프로로 선발될 때까지 경쟁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일단 프로가 되면 경쟁할 필요가 없다. 한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성의 대표선수로 선정되는 것만으로 부귀를 누릴 수 있는데, 애써 더 경쟁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구선수와 감독들이 축구 도박에 연루되었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프로축구단을 더 늘리는 등 개혁하면 되지 않느냐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기득권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개혁은 새로운 종이에 처음부터 그림 그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진하는 반부패 운동이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기득권을 깨는 아픔을 딛고 일어날 중국의 무서운 추격.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다.

세 번째 공한증은 한류(韓流). 이는 중국도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한류는 기술력이나 조직력과는 다른 감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류는 자유분방한 젊음의 표출이다. 필자와 같은 586세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감성이 있다. 어떻게 여전히 같은 세기를 살아가는 세대 간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었을까. 그 친구의 답은 정치체제였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은 대통령도 개그의 소재가 되는 사회가 되었다. 표현의 성역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너무 지나쳐 우리 사회 일각에서조차 규제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공산당 1당 국가인 중국이 과연 이러한 변화를 용인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한류만으로는 중국의 벽을 넘기 어렵다. 이미 중국판 스타 아이돌 그룹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스타 PD를 모시는 일에서 시작되었지만, 중국판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효자 의료관광 산업인 성형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고 한다.

중국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력만으로는 안 된다. 감성의 우위만으로도 안 된다. 이 둘을 잘 결합해야 한다. 마치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소프트웨어를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에 담아내듯이 감성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플랫폼에 담아두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류 음악, 드라마를 콘텐츠로 모바일 TV를 수출하는 것은 어떨까. 한류와 피부 관리를 묶어 비즈니스로 승격시킨 산후조리원과 같은 사업모델을 더 찾아낼 수는 없을까. 날로 건강을 걱정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건강 진단과 식탁을 원격으로 책임지는 사업모델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중앙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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