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유성열]외로운 기능올림픽 선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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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우승 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지난달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대표단 관계자는 “다들 기능올림픽 우승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승을 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못했으면 정말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3개를 따내며 종합우승(메달 집계 기준)을 차지했다. 1967년 스페인 대회에 첫 참가한 이후 28번 참가해서 19번이나 우승한 대기록이다. 2007년 일본 대회 이후로는 5연패다. 대회 MVP도 3회 연속 한국 선수(서정우 씨)가 수상했다. 2년마다 열리는 기능올림픽에서 거의 반세기 동안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해 온 것이다. 세계 최강 양궁과 태권도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이다.

그러나 선수단의 가장 큰 적은 중국도 브라질도 아닌 ‘무관심’이었다. 당초 현지로 가서 선수단을 직접 격려하려고 했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정(勞使政) 협상 때문에 방문을 취소했다. 그 대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영주 위원장과 여야 간사만 현지로 갔다. 2007년부터 기능올림픽을 공식 후원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도 참석 여부를 검토하다가 결국 국내에 남았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당시 경기장 곳곳을 달궜던 교포들의 응원도 없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직원과 코치, 참가 기업 직원들이 유일한 응원단이었다.

특히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으로 열린 남북 고위급 협상이 지난달 25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았다면 이날 예정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선수단 초청 오찬도 무산될 뻔했다. 선수단의 한 관계자는 “만약 타결이 안 돼서 오찬까지 무산되면 어린 선수들의 실망이 얼마나 컸겠느냐”며 “남북 협상이 제발 타결되라고 빌고 또 빌었다”고 말했다.

무관심보다 더 큰 적도 있다. 브라질과 중국이다. 이들은 해외전지훈련 등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특히 브라질은 금메달 수(11개)는 한국보다 적었지만 전체 메달 개수(27개)는 한국(25개)을 이겼다고 자국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참가 선수들의 종목 점수를 모두 더한 총점도 한국을 앞섰다. 한국은 41개 종목만 참가했지만 브라질은 전체 종목(50개)에 참가하는 등 ‘물량 공세’를 펼친 탓이다. 중국도 금메달 5개로 독일 스위스 일본 등 전통의 기능 강국들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19번 우승이 20번 우승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과 중국은 물론이고 ‘무관심’이라는 적과도 싸워야 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브라질과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돈도 아니고 해외전지훈련도 아니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국민들의 따뜻하고 지속적인 관심이다. 부디 2017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44회 기능올림픽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이번처럼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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