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이끌었던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박지성(34)을 두고 “어떤 역할도 완벽히 수행하는 선수”라고 칭찬했었다. 박지성이 억센 스코틀랜드 억양을 쓰는 퍼거슨 감독의 전술 지시를 이해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2005년 맨유 입단 때부터 5년간 영어를 가르쳐 준 박양선 씨(50)의 노력이 있었다.
맨체스터 대학원에서 영어 교육학을 전공한 박 씨는 박지성의 통역 및 영어 선생님을 찾던 맨유 구단의 소개로 박지성과 인연을 맺었다. 박 씨는 7일 “박지성은 그라운드에서 뿐만 아니라 영어 공부에서도 성실함이 장점이었던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첫 만남 당시 박지성은 기초적인 영어 의사소통만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수줍음이 많고, 말수도 적어 수업에 어려움도 있었다. 박 씨는 “처음에는 (박지성이) 말을 하게 만드느라 애를 먹었다. 잉글랜드 선수인 팀 동료 웨인 루니보다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박지성은 부상과 원정 경기가 없으면 일주일에 세 번 진행되는 수업에 결석하지 않았고, 숙제를 거른 적도 없었다. 영어를 정복하겠다는 도전 정신도 강했다고 한다. 박 씨는 “박지성에게 인터뷰 등을 대비해 예상 질문을 준 적은 있지만 답변은 스스로 만들었다. ‘지금은 서툴더라도 내가 가진 만큼의 영어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였다”고 했다. 영어 수업이 시작되고 3년여가 흐른 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 유럽 기자들의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게 됐다. 박 씨는 “내가 더는 통역을 하지 않아도 박지성이 기자회견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맨유는 전 세계의 축구 스타들이 모인 곳이다. 박 씨는 절친한 사이였던 박지성, 파트리스 에브라(프랑스), 카를로스 테베스(아르헨티나)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세 선수 사이에 언어 장벽이 존재했기 때문. 박 씨는 “에브라의 영어는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할 수 있어 자신감이 넘쳤다. 테베스는 영어를 못했다. 에브라가 박지성과는 영어로, 테베스와는 스페인어로 대화하며 통역사 역할을 하느라 바빴다”고 말했다.
세 선수의 영어 능력에 순위를 매긴다면 어떻게 될까. 박 씨는 “제자인 박지성이 완벽성 면에서는 앞선다. 그 다음은 소통 능력이 좋은 에브라다”라며 웃었다. 박 씨는 현재 영어 교육 분야가 포함된 스포츠 매니지먼트사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그는 “박지성처럼 해외 진출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영어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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