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1500만원… 허니문? 머니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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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72>新 등골브레이커 신혼여행

“오빠, 평생 딱 한 번인데….”

올 2월 신혼여행을 다녀온 김민철 씨(32·가명)는 ‘딱 한 번’이란 말에 거침없이 지갑을 열었던 자신의 모습이 후회된다. 애써 잊으려 하지만 이번 달 통장 잔액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김 씨가 결혼 준비의 지난한 과정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간 곳은 인도양의 몰디브. 예단, 예물을 준비할 때부터 양가 사이에 견해차가 많아 어렵게 결혼한 김 씨는 신혼여행만은 아내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고 싶었다. 몰디브는 인터넷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지상낙원으로 불리며 신혼부부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 중 하나다.

하지만 몰디브 신혼여행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4박 6일 일정에 1인당 750만 원가량을 썼다. 왕복 항공료 150만 원, ‘풀빌라 리조트’ 4박에 500만 원 정도 들었다. 다소 저렴한 리조트도 있었지만 ‘평생 딱 한 번’이라는 말에 고급 리조트를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식사는 조식만 포함돼 있어 나머지는 리조트 안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사먹어야 했다. 김 씨는 “신혼여행비를 조금만 줄였다면 신접살림에 필요한 다른 물건들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혼의 꽃이라 불리는 신혼여행마저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일부 신혼부부에게는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등골이 휠 정도로 비싼 제품)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SNS나 블로그 등에 다른 사람들의 신혼여행 후기가 올라오면서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되자 이런 경향이 더 짙어졌다. 여행사들도 ‘평생 한 번’ ‘최고의 낭만’이라는 수식어를 쓰며 럭셔리 신혼여행 붐에 한몫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럭셔리 신혼여행을 거부하고 평소 보고 느끼고 싶었던 주제를 정해 떠나는 ‘저비용 고효율’ 신혼여행족도 생겨나고 있다. 평소 명화 및 역사 유적에 관심이 많았던 정모 씨(30)는 남편과 함께 5월에 이탈리아 로마와 피렌체 등을 다녀왔다. 평소 회사일로 바빠 해외여행은커녕 주말에 전시회장조차 가지 못했던 정 씨 부부에게 신혼여행은 황금 같은 기회였다. 여행비는 항공료 120만 원에 6박 7일 숙박료로 약 60만 원, 식사비와 박물관 입장료 등을 전부 합해 1인당 250만 원 정도 썼다. 호텔은 인터넷 예약 사이트를 통해 최대한 저렴한 값에 구했다. 정 씨는 “최근 유행하는 풀빌라 형태의 신혼여행이 아닌 대학생 때처럼 배낭을 메고 직접 걸으며 즐긴 신혼여행이라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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