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왔으니 이제 도내 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할 것을 약속해 주세요. 항공산업단지 조성에도 앞장서 주시고요. 사장님, 하실 거죠?”
6월 30일 경남 진주혁신도시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사옥 개청식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축사를 하다 불쑥 이렇게 요청했다. 이재영 LH 사장이 웃으며 “네” 하고 대답하자 행사장을 메운 1000여 명의 진주 시민들도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자산 규모로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를 맞는 지역사회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LH는 본사 이전을 계기로 ‘천년의 희망 진주시대’를 열어 나갈 것을 천명하는 ‘비상(飛上) 2030’을 선포했다. 국토 개발, 주택 건설에 관련된 반세기의 경험과 노하우, 전문성을 바탕으로 진주를 2030년까지 ‘부동산·주거복지 종합서비스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LH는 경남도내 우량 개발 후보지를 발굴해 진주·사천 항공산단, 밀양 나노산단 등 지역특화산단 개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행복주택도 도내에 3개 지구(2346채)를 올해 내로 착공한다.
본사 이전에 따른 직·간접적인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현재 사옥 관리·경비, 업무협력직 등에 지역민 200여 명이 채용돼 근무 중이다. LH는 연간 100억 원 수준의 지방세를 진주시에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사 상주 직원 1500여 명이 진주의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고 가족들의 관광을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협력업체·연구소 등 유관기업도 LH를 따라 이전할 계획이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밀착형 사업 추진으로 경남지역 사업 추진이 더욱 빨라지고, 지역민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2∼2014년 LH는 경남에 연평균 56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매년 평균 7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LH는 본사 이전을 계기로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으로서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할 계획이다. 특히 대형 공공기관 중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달 27일 LH 노사는 전 직원 임금피크제 도입에 전격 합의했고, 절감된 재원을 활용해 내년까지 신입 직원 12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의 ‘소통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H는 통합 전의 토지공사, 주택공사의 2개 노조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노-노-사’ 사이의 3자 합의가 쉽지 않았다. 이 사장은 경영진의 지역본부 순회설명회를 시작으로 계층별 경영현안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직원들과 소통 강화에 주력했다. 부채 감축에도 공을 들여 지난해 7조2000억 원의 금융부채를 줄였다. 올해도 이런 기조를 이어가면서 지난달 말 현재 금융부채는 93조2000억 원이다. 부채가 가장 많았던 2013년 말에 비해 12조5000억 원을 감축한 것이다. 이 사장은 “수입 극대화, 지출 최소화, 정책사업 완수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진주혁신도시를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모델로 발전시켜 ‘LH가 오고 나서 더 살기 좋아졌다’라고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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