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배임죄 적용 신중하게”… 이재현 집유 가능성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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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파기환송 배경-의미

대법원이 10일 조세포탈, 배임, 횡령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CJ그룹 이재현 회장(55)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이 회장으로서는 ‘실형 확정’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나아가 파기환송심에서는 집행유예를 기대해볼 수도 있는 여지까지 생겼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 중 파기한 부분은 배임 혐의다. 2006, 2007년 사실상 이 회장 소유의 회사(팬 재팬)가 일본 도쿄에 있는 빌딩 두 채를 사들일 때 이 회장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CJ 일본법인이 연대보증을 서게 해 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부분이다. 검찰은 여기에 배임 행위로 인한 이득액 또는 회사가 입은 손해액이 50억 원을 넘으면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검찰이 계산한 배임액이 약 363억 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1심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여 약 363억 원의 배임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고, 항소심은 엔화 환율을 다시 계산해 유죄 인정 액수를 309억 원으로 약간 낮췄다.

대법원은 팬 재팬이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CJ 일본법인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운 행위 자체는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 회장이 배임 행위로 거둔 이득액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는 만큼 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업무상 배임은 이득액과 관계없이 배임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지만 특경가법은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하기 때문에 배임으로 인한 이득액이나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산정돼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이 회장이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면 CJ 일본법인이 연대보증한 대출금 전체를 이 회장의 배임 이득액으로 볼 수 있지만 이 회장이 사들인 빌딩의 가치와 대출조건, 빌딩 임대료 등을 고려할 때 자력으로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배임 행위로 인한 정확한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대출금 전체를 배임 이득액으로 판단한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특경가법을 적용할 땐 엄격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업인의 배임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경제계 일각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감형이나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한 형량인 징역 3년을 선고받고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지만 대법원이 배임 혐의에 형량이 높은 특경가법 적용이 어렵다고 밝혀 감형의 여지를 열어뒀기 때문이다. 비록 조세포탈(251억 원)과 횡령(115억 원) 혐의는 유죄가 확정됐지만 특경가법상 배임(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대신 형법상 업무상 배임(10년 이하의 징역과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되면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신장이식 수술 후유증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 회장은 집행정지 기간이 만료되는 11월 21일까지는 서울대병원 병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게 된다. 이후에도 병세에 차도가 없으면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대법원의 판결 직후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감염 우려 등으로 아버지(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빈소도 못 지켰을 정도의 건강 상태임을 고려할 때 일부 유죄 부분이 파기돼 형량 재고의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거동 자체가 불편할 정도로 건강이 크게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동주 djc@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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