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때 잘나가던 브라질은 왜 ‘정크본드 국가’로 추락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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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중반 세계 경제의 새로운 견인차로 꼽혔던 신흥경제대국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가운데 이번에는 브라질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재정수지 악화, 경제성장률 하락, 정치적 혼란 등을 이유로 10일 브라질 국채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내린 뒤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이 번지는 추세다.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와 채권값은 급락했고 브라질 시장에서 외국자본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2011년 집권한 노동자당 정권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과도한 시장 개입과 물가 통제에 공공투자를 크게 늘리는 재정정책을 펴면서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3%로 높아졌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원부국 브라질이 누렸던 성장효과도 중국이 수입을 줄이고 세계 교역이 축소되면서 사라졌다. 경제성장률은 2011년 3.9%에서 2014년 0.1%로 떨어졌고 올해 ―2.5%, 내년 ―0.5%로 실질 경제성장률 뒷걸음이 예상된다.

브라질은 2003년 1월부터 8년간 집권한 노조 출신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시절 시장 친화적 실용정책으로 최근 30년래 최고성장률을 올리며 2000만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던 나라다. 한때 잘나가던 브라질의 경제 현실은 지속적인 성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개혁을 거부하는 정치가 나라를 어디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지 일깨워준다.

작년 말 호세프 대통령 재선 뒤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기용된 시장 친화적 재무장관이 내놓은 복지 감축 등 정부지출 축소 예산안은 의회에서 ‘물타기’ 됐다. 지난 10년간 GDP 성장률보다 높이 오른 공공부문의 임금과 세금 및 금융비용, 인프라 부족, 노동시장 경직성 등을 일컫는 ‘브라질 코스트’는 강경 좌파 노동자당의 반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형 뇌물 스캔들까지 터져 호세프는 탄핵 위기까지 몰린 상태다.

중국의 금융 및 실물경제가 흔들리는 ‘차이나 리스크’에 이어 브라질발(發) 악재까지 겹치면서 신흥경제국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졌다. 한국에서 팔린 약 6조 원의 브라질 채권 중 약 90%는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브라질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장 모니터링과 대책 마련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브릭스#금융시장#외국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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