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 방안에 13일 노사정(勞使政) 4자 대표가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문가들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슈들을 조정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첫 번째 허들을 넘어섰다는 것을 높게 평가해야 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등 뜨거운 이슈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대화와 타협 정신을 유지하면서 두 번째, 세 번째 허들(쟁점 이슈들)을 잘 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잠정 합의를 통해 향후 집중해야 할 문제가 떠오른 것이 성과라는 분석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기준법 개정, 임금피크제의 저변 확대와 촉진, 비정규직 문제, 사회안전망 등이 여러 문제 중에서도 시급한 문제로 각인됐다”며 “이 문제들이 전면에 부각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일단 14일 내려질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두 가지 쟁점 안을 제거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노총의 한 조합원은 “쉬운 해고를 합리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국노총은 이 합의안을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과가 노동개혁을 뒤로 미루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개혁의 기본 방침인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가 퇴색됐다는 것.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꼭 필요한 조치 대신 노사 간의 충분한 합의를 통해 마련된 조치를 추진하는 식으로는 일자리 창출이나 기업의 부담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번 잠정 합의로 본질적인 개혁이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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