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이식 2, 3일 뒤부터 재활치료 효과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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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이식 수술, 어디까지 왔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폐 이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에 감염됐던 환자들 중 여전히 퇴원을 하지 못한 중증 환자 중 일부는 폐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폐 기능이 크게 손상됐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13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치료 중인 메르스 감염자는 8명. 이 중 2명은 폐 기능 등에 문제가 있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기계) 등의 도움을 여전히 받아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이 환자들의 경우 폐 세포가 딱딱하게 변하면서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제대로 교환하지 못하는 ‘폐 섬유화’가 상당기간 진행됐기 때문에 폐 이식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주요 장기 중 가장 이식이 어려운 폐

폐 섬유화증과 폐동맥 고혈압 등을 앓는 환자에게 효과적인 폐 이식은 의료계에서 여전히 ‘어려운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또 일반인은 물론이고 의료계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시술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작성한 ‘2014년도 장기이식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이루어진 신장과 간 이식 수술은 각각 1808건(뇌사자 대상 806건)과 1262건(뇌사자 대상 404건). 그러나 폐 이식은 55건에 그쳤다.

간과 신장 등에 비해 폐 이식 수술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장기 기증을 뇌사자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간과 신장의 경우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도 기증받는 게 가능하지만 폐는 심장처럼 뇌사자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다.

또 뇌사자의 경우 다른 장기보다 폐가 먼저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폐 이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1996년 국내 최초로 폐 이식 수술을 시도한 뒤 지금까지 142건의 폐 이식 수술을 진행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백효채 폐이식 팀장(흉부외과 교수)은 “뇌사자들 중 많은 수는 장기간 입원해 있으면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폐부종과 감염 등에 노출된다”며 “어렵게 장기 기증 결정이 이뤄져도 기증 결정자의 85% 정도는 이미 폐를 활용할 수 없는 상태로 손상돼 있다”고 말했다.

○ 수술 뒤 회복 치료가 다른 장기이식보다 중요

폐 이식 수술의 특징 중 하나는 환자 상태에 따라 성공률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 에크모 등의 도움을 받고 있는 중증 환자들의 경우 폐 이식 수술 뒤 1년 생존율이 40∼50% 수준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활동을 할 수 있는 환자들은 같은 기간 중 생존율이 90% 정도 된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일본 등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뇌사자가 아닌 사람에게서 생체 부분 폐 이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대한 많은 환자들에게 중증으로 진행되기 전에 폐 이식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폐의 경우 다른 장기 이식에 비해 수술 뒤 회복 및 재활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간이나 신장 등은 몸 안에 있으므로 외부와의 접촉이 없다. 하지만 폐는 외부 공기와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이식 수술 뒤 공기에 포함돼 있는 세균 바이러스 등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다. 다른 장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홍상범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예후가 좋은 환자들은 이식 수술 뒤 2, 3일 뒤부터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최근 입증됐다”며 “감염 예방과 함께 적극적인 재활치료가 생존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폐#이식#재활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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