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에게 장난감 권총 주고 “쏴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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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국정감사]
野의원 국감서 경찰모욕 논란

국감장에 등장한 장난감 권총 14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격발 시연을 
요구받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장난감 권총을 손에 쥔 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위쪽 사진). 격발 시연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뒤
 강 청장의 자리에 놓여 있는 장난감 권총.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감장에 등장한 장난감 권총 14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격발 시연을 요구받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장난감 권총을 손에 쥔 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위쪽 사진). 격발 시연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뒤 강 청장의 자리에 놓여 있는 장난감 권총.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이 야당 의원으로부터 장난감 권총 격발을 요구받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이날 국감에서 첫 질의위원인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질의를 시작하기 직전 유 의원의 보좌관이 강 청장에게 장난감 권총을 건넸다. 이 총은 유 의원 보좌진이 인터넷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의를 시작한 유 의원은 “이번 검문소 총기사고는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 청장에게 장난감 권총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순서에 따라 조준 격발할 것을 요구했다. 유 의원은 권총을 받아든 강 청장에게 안전장치 제거와 조준, 격발을 차례로 지시했다. 강 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권총을 넣었다가 빼들기는 했지만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방아쇠를 당기진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서 의원은 “경찰청장이 (국감 취지에 맞지 않는 의원의) 요구에 응하는 게 말이 되나. 90년대에도 이런 식으로 국감하지 않았다”며 유 의원과 강 청장을 비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일부 국회의원이 정책 질의는 포기한 채 농산물을 들고 흔드는 식의 퍼포먼스에 치중하던 예전의 구태보다도 못하다고 지적한 것. 같은 당 강기윤 의원은 “대안은 필요하지만, 청장에게 총기 사용을 시연하라는 것은 13만 경찰관을 굉장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국감장 안팎에선 강 청장이 권총에 들어 있는 탄환의 종류를 확인하는지 보려는 게 유 의원의 의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강 청장이 총기 사용 수칙을 아는지 확인하려던 것이란 말도 나왔지만 어느 경우든 경찰 수장에게 요구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의원도 “국정감사라도 경찰청장에게 그런 식의 시연을 요구하는 건 부적절하다. (유 의원이)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제서야 유 의원은 “망신 주려던 게 아니라 이런 일(검문소 의경 총기 사망사고)이 재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다. (내 요구가 상대방에게) 유감이었다면 유감이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유 의원은 5월 술을 마신 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구의 한 경찰지구대를 찾아가 “지역구민의 딸이 귀가하면서 ‘바바리맨’을 만났다”며 경찰에게 출동을 요구하는 등 수사를 직접 지휘하려 들고 강북경찰서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유 의원이 지구대에 찾아오기 전 이미 신고가 접수돼 경찰 순찰차가 출동한 상태였다.

강 청장의 ‘장난감 권총 시연’이 알려지자 경찰 내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감장에서 이를 지켜본 한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국감장이고 국회의원이라지만 경찰 수장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인터넷 내부방에는 “한 조직의 수장에게 저런 식으로 수모를 준다는 건 해당 조직 전체의 위신을 깎아내리는 것” “모든 경찰을 욕보이는 국회가 한심스러울 뿐” “국민이 원하는 건 예방이지 인격 모독이 아니다”라는 등 유 의원의 요구를 비판하는 글이 봇물을 이뤘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찰청장#장난감권총#유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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