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시민들의 남다른 ‘기업 사랑’

[2015 리스타트 다시 뛰는 기업들]
지역 거주 여성 400여명… ‘기업사랑줌마클럽’ 결성
각종 행사 자원봉사 도맡아… “회사 어려우면 장바구니도 홀쭉”

경북 구미시의 ‘기업사랑줌마클럽’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열린 LG그룹 지역행사 ‘드림페스티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기업(을) 사랑(하는) (아)줌마 클럽.’

구미시에는 ‘기업사랑줌마클럽’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여성 모임이 있다. 지역 내 거주하는 부녀자 400여 명이 2013년 결성한 국내 최초의 ‘주부 기업 서포터스’다. 처음에는 ‘LG러브줌마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다른 기업들도 보듬는다는 차원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10일 만난 정신자 기업사랑줌마클럽 회장(61·여)은 “구미는 사실상 기업이 전부인 도시로 기업이 어려우면 주부들 장바구니도 홀쭉해진다”며 “기업들이 주는 혜택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부들도 그들에 힘을 불어넣어 주자는 차원에서 결성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주로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대기업들이 각종 지역 행사나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할 때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일손을 거들어준다. LG디스플레이가 지역에서 여는 ‘드림페스티벌’ ‘주부배구대회’ 등 주요 행사에는 이들이 핵심 멤버이자 진행요원이다.

이처럼 구미 시민들과 LG디스플레이의 인연은 남다르다. 2006년 부진한 업황의 영향으로 회사(당시 LG필립스LCD)의 매출과 주가가 고꾸라진 적이 있었다. 이때 시민들이 ‘1인 1주 갖기 범시민 운동’을 벌여 20만8000주(당시 가격 기준 66억 원)를 매입했다. 약 40만 명의 구미 시민 중 절반이 LG디스플레이의 주식을 한 주씩 가진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시민 사회의 ‘기업 살리기 운동’이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회사가 다시 일어서는 데 시민들의 성원이 큰 격려와 의지가 됐다”고 말했다.

구미시도 ‘기업사랑본부’라는 조직을 신설해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기업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조직은 시장이 본부장을 직접 맡으며 기업의 투자 민원을 해결한다. LG디스플레이가 부진을 털고 2009년 1조35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을 때는 시청 국기게양대와 구미국가산업단지를 관통하는 주요도로인 ‘수출로’에 LG디스플레이의 사기(社旗)를 게양해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구미=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