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박 대통령의 청년일자리펀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청년일자리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 정신에 따라 각계각층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펀드를 마련해 청년 일자리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제1호로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하면 장관들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지도층’ 참여로 펀드가 모아지면 청년 취업과 창업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나 임금 지원 등에 쓸 방침이라고 한다.

▷취지는 훌륭하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지금 돈이 없어서 기업이 고용을 못하거나 청년들이 창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저금리로 인해 시중에는 돈이 넘쳐난다. 아이디어와 시장만 있으면 거의 0%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이 710조 원으로 사상 최대인 데다 현금성 자산도 170조 원이나 된다.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와 고용을 안 하는데 돈을 지원해 준다고 필요 없는 인력을 고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청년일자리펀드는 1970년대식 관제동원의 분위기마저 풍긴다. 한 기업 임원은 “정부가 펀드를 조성하면 기업은 안 낼 수가 없는데 준(準)조세만 늘어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대사회에서 정부가 앞장선 모금운동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일제강점기 국채보상운동이나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금 모으기 운동도 민간이 주창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통일부가 남북통일 자금을 미리 마련하자는 ‘통일항아리’ 운동을 펴고 대통령이 먼저 금일봉을 냈으나 결국 흐지부지됐다.

▷“청와대가 이벤트 좀 그만하라”는 소리도 기업에서 나온다. 일자리는 기업 활동이 잘 돌아가면 따라오는 것인데 정부는 성장 동력을 고민하지 않고 창조경제혁신센터니 청년일자리펀드니 이벤트만 한다는 불만이다. 정부는 지난해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돕는 사업 19가지에 448억 원을 들였으나 취업한 청년은 1100명에 불과했다. 차라리 1인당 4000만 원씩 나눠주는 게 나았다는 평가다. 세금으로 하는 재정사업도 효과 없이 헛돈만 쓰면서 정부가 펀드를 만들어 제대로 운용할지 걱정이 앞선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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