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위기에 ‘금리 숨고르기’… 시장 불확실성은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9일 03시 00분


[美 기준금리 동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세계 경제의 진통제 투여 기간이 다시 한 번 연장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투표권을 가진 위원 10명 중 9명의 찬성으로 연방기금 금리(정책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위원 1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지만 소수 의견으로 묻혔다.

중국발(發) 위기 등으로 금융 불안을 겪어온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은 여전히 시간문제라는 점에서 연준의 이번 결정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한숨은 돌렸지만 당분간 세계 경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계속 안고 가야 할 상황이다.

○ 중국발 불안에 동결 선택, 연내 인상도 불확실


연준이 고심 끝에 금리 동결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금리를 올리기엔 현재 미국 내 물가 수준이 너무 낮은 데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불안으로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로 연준이 중기 목표치로 삼는 2%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비록 고용시장이 상당히 개선되면서 실업률이 2008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왔지만 물가만 놓고 보면 아직도 경기회복세를 자신하기 힘든 상태다. 게다가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중국발 금융 불안은 ‘제로금리 탈출’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이날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의 세계 경제와 금융 상황이 경제 활동에 제약을 가했고 물가에 하향 압력을 줬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을 펼 때 항상 자국 경제 여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연준이 성명에 중국 경제의 문제를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언제든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고 10월에도 가능성이 있다”며 “10월에 올린다면 기자회견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은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원래 예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은 금리 인상을 한다면 9월 아니면 12월이지, 10월은 가능성이 애초부터 낮다고 예상해왔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옐런 의장의 발언을 보면 (비둘기파와 매파 간) 균형을 잡으려고 애쓴 흔적이 나타난다”며 “비록 동결은 했지만 10월 또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연준 위원 17명 중 13명은 연내 금리 인상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이전(15명)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을 훨씬 넘는 수다.

다만 중국발 쇼크 같은 돌발 변수가 더 나온다면 금리 인상 시점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연내 인상’을 공언해온 연준도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연준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다”며 “정책 불확실성만 커졌다”고 말했다.

○ 한국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신흥국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자금 이탈 공포가 다소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한국도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은도 시차를 두고 금리 인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조만간 커질 수 있었다.

저금리로 연명해온 한계 기업들의 부채 문제 해결에도 다소 숨통이 틔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워낙 많아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어차피 외환 부문은 문제가 없었다”며 “그러나 가계 및 기업부채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 최대한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제를 나쁘게 봤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국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내년 이후의 경제전망치를 내렸고 중국에 대한 우려도 내비친 만큼 연준의 예상대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약해지면 우리 경제에도 결국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의 상승세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인상 시점이 뒤로 미뤄진 것일 뿐 미국이 언제 올릴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흥국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연준의 메시지는 그만큼 중국과 신흥국의 성장둔화 우려가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증시 상승세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도 “신흥국과 선진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겠지만 추세적인 상승은 어렵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주애진 기자
#중국발위기#금리#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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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 2015-09-19 11:01:13

    출산율을 빨리 늘려야 합니다. 한국이 일본을 추월 할아면, 통일 한국의 인구가 9천만명 되야 됩니다. 출산율을 긴급하게 늘려야 됩니다. 출산율이 낮으면, 노인인구 만 늘어납니다. 이 메세지 모든 한국인들 한테 전파 해주세요! KOREA MUST CHANGE NOW!

  • 2015-09-19 10:59:03

    저는 한국 대해서 많이 걱정 하고 있는 교포 입니다. 낮은 출산율 문제는 빨리 고쳐야지 아니면 일본 처럼 인구 통계 학적으로 망한나라 됩니다. 한국 산업, K-Pop도 망하고 경제도 줄어듭니다. 출산율을 빨리 늘려야 합니다.

  • 2015-09-19 11:38:53

    중국의 운명은 미국의 한마디에 걸려있다는 것이 점점 온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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