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대 성장률 전망에도 “비판 말라”는 대통령의 인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0시 00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2%대 초반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모건스탠리 등 해외투자기관 36곳이 제시한 평균 성장률이 2.5%다. 중국 경제 불안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각종 불안요인이 이어지면 3분기 성장률은 2%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올 초만 해도 “올해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했던 희망이 사라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일각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도 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며 “성장률은 작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가운데 4번째로 높았다”고 강조한 것은 인지부조화 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작년이 아니라 올해 성장률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S&P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도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국가신용등급은 국가채무와 관련된 것이지 경제성장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신년 방송좌담에서 2010년 성장률이 6.3%로 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 당시 지표상의 성장률은 높았지만 국민의 체감온도는 호전되지 않아 오히려 반감을 샀다. 국민의 실제 삶은 물론이고 지표조차 계속 나빠지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지나친 비관과 비판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한 것도 현실과 유리된 인식인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나친 비관에서 빠져나올 필요는 있다 해도 ‘지나친 비판에서 빠져나오자’는 것은 마치 언론이나 야당의 비판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식으로 들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우리나라는 독일 싱가포르와 같은 개혁의 성공과 일본 이탈리아가 겪었던 정체와 퇴보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좀비(Zombi·살아 있는 시체)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박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한순간에 추락한 강대국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해 개혁의 때를 놓쳤다는 것이다. 정부는 구조개혁이란 포괄적인 말을 주로 쓰면서 구조조정에 정면으로 나서지 않아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2009년 2698곳에서 작년 3295곳으로 22%나 늘었다. 그러니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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