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켈로그스쿨과 독일의 막스플랑크 국제연구학교, 이스라엘의 파인버그스쿨, 일본의 총합연구대학원대학 등의 공통점은 과학기술인재 양성 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각국의 국가연구소와 연계돼 있고 과학기술로 특화돼 있다. 이들 연구소는 우수한 연구인력과 최첨단 연구시설 및 장비, 국가전략적 대형 연구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현장형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 10월 국내에서 이들과 맥을 같이하는 국가연구소대학원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가 문을 열었다. 24개 정부출연연구원은 이로써 연구만 하는 ‘연구소’를 넘어 석·박사 인재를 양성하는 ‘연구소 대학’으로 진화했다. UST는 각 연구소를 현장 캠퍼스로, 연구소의 우수 연구원을 현장 교수로 활용한다. 지난 40여 년간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 온 대덕연구단지는 10년 전인 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새로운 인력 공급의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의 연구 수행과 함께 기술 사업화 및 창업 활성화 등이 새로운 업무 영역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기능은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정 이후 10년 동안 큰 변화 중 하나다. 박갑동 UST 학생처장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원들이 선진국의 국가연구소처럼 체계적·전략적으로 과학기술 인재를 직접 양성하기 시작했다”며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의 국가연구소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통해 자체적인 과학기술 역량 발전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를 꾀한 모델이 여기에서 실현됐다”고 말했다. 연구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병목 박사(UST 교수)는 “연구만 해 오다가 학생을 직접 지도하고 가르치는 교수 역할까지 하려다 보니 처음에는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교수 역할까지 하다 보니, 이전보다 더 연구하고 더 노력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연구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는 연구프로젝트의 성과도 높이고 있다. 각 정부출연연구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혈할 수 있게 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임정욱 박사(UST 교수)는 “연구하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연구프로젝트에 단순히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학생 본인은 물론 연구원도 이들에게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UST는 현재 1200여 명의 대학원생이 재학 중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UST 박사 졸업생의 연구 성과를 보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기준으로 1인당 4.19편, 제1저자 2.16편, 편당 SCI 인용지수 2.63, 특허출원 건수 1.58 등으로 괄목할 만하다. 네이처, 사이언스, 셀과 같은 세계 3대 과학저널은 물론이고 미국립과학원회보, 앙게반테 케미 등 각 연구 분야별 최상위 저널에 1저자로 논문을 게재하는 학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박갑동 처장은 “현재 독일 IMPRS는 5000여 명, 중국과학원대학은 4만1000여 명의 대학원생을 양성하고 있다”며 “UST 같은 국가연구소 대학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 현장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