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81>마음 담은 명절 선물을
양가 부모님께 드릴 한우 세트 각 24만 원, 시할머니와 이모 등 친지 일곱 분에게 드릴 과일세트 각 4만5000원, 총금액 79만5000원. 직장인 권민아(가명·33) 씨는 올해도 명절 선물로 80만 원 가까운 돈을 썼다. 회사에서 명절 떡값으로 나온 30만 원으로는 양가에 드릴 선물을 사기에도 부족했다. 권 씨는 “선물비용을 줄이려고 고민해 봤지만 저렴한 선물을 하면 성의가 부족해 보일까 봐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혼 직장인들은 선물비용 때문에 명절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양가 부모님은 물론이고 왕래가 잦지 않더라도 인사치레로 챙겨야 하는 친지들까지 합하면 선물비용이 수십만 원을 훌쩍 넘을 때가 많다.
한우나 굴비, 자연송이, 와인 등 비싼 선물에 정성이 담겼다고 보는 분위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선물을 하기도 눈치 보이는 게 현실이다. 권 씨는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저렴한 선물을 샀다가 마음이 불편해 더 높은 가격대의 선물로 교환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주부 윤모 씨는 “몇 년 전 명절에 친정에서 농사지은 복숭아를 가져갔다가 외국에서 비싼 건강보조식품을 사온 손아래 동서와 비교당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선물가격에 따라 마음과 정성이 다르다고 보는 분위기에 상처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프리미엄’ 선물이 좋다고 강조하는 유통업체의 상술도 문제다. 한우 갈비 세트라도 가격은 10만 원대부터 100만 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다. 100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의 경우 청정 한우 가운데서도 암소의 특수 부위만을 골라 담았다며 지갑을 열도록 현혹한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의 명절 지출비용도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를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성인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한 ‘추석과 살림살이’ 인식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예상 지출(선물, 교통경비 등 포함)은 평균 72만8000원으로 지난해 69만1000원보다 올랐다.
고가의 화려한 선물보다 직접 만들어 정성을 더한 홈메이드 선물로 명절선물을 대신하는 이들도 있다. 주부 김윤아 씨는 “추석 선물로 쿠키와 마들렌을 구워 지인 10명에게 선물했다”며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지만 시중에 나온 선물을 사는 것보다 노력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만큼 받는 이들이 더 고맙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