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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83>차례상 이젠 간소하게
추석을 앞두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조사한 차례상 평균 비용은 약 23만 원이다. 조사기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20만 원을 약간 넘는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그럴까. 20년 동안 명절 때마다 차례를 지냈다는 최미진 씨(52·여)는 “작년 추석에 음식 준비하는 데만 50만 원이 넘는 돈을 썼다”고 말했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사기관들은 모두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가격을 조사한다. 4인 가족이 한 끼 먹는 음식량에 맞춰 가격을 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차례를 지내는 집들은 대부분 그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준비한다. 최 씨는 “보통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의 약 3배 되는 양만큼이 부엌에 있다”고 말했다.
최 씨를 비롯해 취재에 응한 사람들은 차례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친척끼리 먹은 뒤 남는 걸 싸줘도 많은 양이 남는다고 했다. 주부 서누리 씨(39)는 “지난 설날에 남은 차례상 음식을 일주일 동안 데워 먹다 결국 버렸다”고 말했다.
차례상 음식을 필요 이상으로 준비하는 것은 ‘가급적 많이 차리는 것이 조상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서 씨는 “으레 넉넉하게 준비하다 보니, 만약 차례상에 올릴 만큼만 차리면 왠지 어색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먹는 것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명절 때만이라도 많이 먹자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은 평소에도 많이 먹고 잘 먹는다. 그럼에도 일단 명절 음식은 많이 만들고 보자는 관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 자체도 과도한 경우가 많다. 제기에 올리는 음식은 홀수로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채은선 씨(35·여)는 “3마리면 족할 조기를 5마리를 담고, 사과도 3개만 올려도 되는데 굳이 5개를 쌓아 올린다”고 말했다. 고기도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를 종류별로 모두 준비한다. 나물도 고사리 숙주 시금치 등 여러 종류를 내놓는 게 정석인 것처럼 여겨진다.
문제는 식구 대부분이 허례허식을 줄이자고 마음먹지만 한 명이라도 ‘그러면 조상들이 섭섭해하고 손님들 보기도 안 좋다’고 말했을 때,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평소 간소하게 차례를 지내거나 아예 안 지내던 집도 며느리 등 새 식구가 들어오면 집안의 기품을 보여준다며 푸짐한 차례상을 차리는 것도 허례허식이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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