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형 전투기 차질 빚은 정부, “韓美관계 최상”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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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어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에 대해 당초 목표로 잡은 2025년까지 완료를 장담할 수 없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미국 정부가 KFX에 필요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장비통합 등 4개 핵심 기술 수출 승인을 거부해 국내 업체가 해외 업체와 협력하고 있지만 전투기 내 다른 기술과의 통합에 제한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22일 정경두 공군 참모총장이 국방위 국감에서 “미국이 4개 기술을 제공하지 않아도 KFX 개발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과 명백히 다른 발언이어서 ‘진실 게임’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정부는 작년 9월 ‘미래형 공중 전력의 핵심 무기’라며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 전투기를 도입하고, 이 회사에서 구매대가로 이전받은 기술로 신형 전투기 120대를 2025년까지 개발해 2032년 이전에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3월 이 사업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선정됐을 때 본란은 “록히드마틴의 핵심 기술을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차질 없이 이전받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방사청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미국이 4월 장비통합기술 4건의 수출 승인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계약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총 18조 원이 투입되는 KFX사업이 차질을 빚어 도입 40년이 다 된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지 못하고 영공에 구멍이 뚫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핵심 기술은 일본 등 타국에도 제공한 적이 없어 획득 가능성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어제 “핵심 기술 4건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책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일부만 도입해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해 추진했다”고 실토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국감 때 “절충교역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겠다”고 큰소리친 것은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한 셈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믿고 미국에 요청했는데도 계약서에 명시된 21개 기술 외에 핵심 기술을 얻어내지 못했다면 한미동맹에 문제가 있다. 아니면 그런 현실적 한계를 뻔히 알면서도 될 것처럼 큰소리친 군의 잘못이 크다. 입만 열면 “한미 관계는 최상”이라고 자랑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외교부는 아직까지 미국 측에 협조를 구하는 공문 한 장도 보내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다.

다음 달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선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무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무기 도입처의 다변화가 한미의 연합전력 운용 차원에서 쉽지 않다면 최소한 한국이 미국의 봉 노릇을 한다는 오해는 없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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