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50세 이상만 스포츠 영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6일 03시 00분


김연아 선수가 대한체육회가 진행한 2015년 스포츠 영웅 인터넷 투표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지만 최종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그 대신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84), 양정모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62), 박신자 전 농구 국가대표 선수(74)가 올해의 스포츠 영웅으로 꼽혔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까지 있던 50세 이상이라는 나이 제한을 없애고 ‘스포츠 영웅을 국민이 직접 뽑아 달라’고 홍보했는데 결국 국민을 기만한 셈이다.

▷김 선수가 나이가 어려 스포츠 영웅에서 탈락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투표 결과 반영률이 10%에 불과했다는 게 대한체육회 측 해명이다. 그러면서 스포츠 영웅을 선정하는 취지는 스포츠 발전에 생애를 바친 원로를 대우하고 후배 스포츠인들의 귀감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50세 이상이란 나이 제한을 없애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말든가 처음부터 국민에게 스포츠 영웅이 아니라 ‘생애공로상’ 수상자감을 뽑아 달라고 했어야 한다.

▷김 전 IOC 부위원장은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서울 올림픽 유치,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채택 등 스포츠 외교 분야에서 공헌한 바가 크다. 하지만 한때 공을 세웠더라도 그 공을 평생 까먹지 않고 살기는 쉽지 않다. 김 전 부위원장은 2005년 세계태권도연맹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7억8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가 귀감이 되는 인물인지 의문이다. 국제사회에서도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위원 부패 연루자에 대한 비난이 높다.

▷대한체육회는 젊은이들과의 소통에도 실패하고 오히려 구태(舊態)만 드러낸 꼴이 되고 말았다. 나이 제한을 없앴다고 했다가 사실상 나이 제한으로 다시 돌아간 것은 경기 도중에 규칙을 바꾼 것과 다름없다. 다른 건 몰라도 스포츠 영웅만은 대부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김정행 현 대한체육회장은 대한체육회장도 지낸 김 전 부위원장의 직계로 꼽힌다. 어느 모로 보나 공정한 선정이라고 하기 어렵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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