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대표 ‘공천룰 회동’ 이후]실리 챙긴 문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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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비례대표-투표시간 연장… 김무성과 회동서 도입 여지 열어
당내갈등 관심 외부문제로 돌려… 비노 일각 “추후 협상 지켜봐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승부수’가 이어지고 있다. 재신임 정국을 돌파한 데 이어 추석 연휴 기간인 2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안심번호를 통한 국민공천제’에 합의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반발 속에 당 혁신안의 현실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모양새다.

문 대표 측은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겼다”는 분위기다.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명분을 새누리당에 주고 새정치연합이 줄곧 주장했던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과 투표시간 연장 및 투표연령 낮추기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이는 8월 문 대표가 새누리당에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동시 추진’ 제안과 일맥상통한다. 새누리당은 당시 이 같은 문 대표의 ‘빅 딜’ 제안에 대해 “의원 정수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었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한 걸음 진전된 전향적인 협상 결과”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투표시간 연장, 투표연령 낮추기 문제 등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절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노 진영에선 온도차가 감지된다. 비노 진영의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 소속 문병호 의원은 ‘체면 세워주기식 협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문 의원은 “양당 대표가 결과 없이 헤어질 수 없으니까 ‘당신 말도 옳소’ 하고 체면을 세워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심번호제 도입은 원래부터 하기로 했던 것이고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여야 간 생각이 달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호남 초선인 김승남 의원은 “일단 안심번호제를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선거 관련 제도를 정비할지 후속 협상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노 진영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투표시간 연장 등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들어 ‘반쪽 협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비노 진영도 공천 과정에 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민 공천제’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협상 결과를 무조건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서 공천 룰을 둘러싼 친노와 비노의 내부 갈등이 정치개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라는 외부 갈등으로 옮겨지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가 총선 정국으로 옮아가는 과정에서 당 내홍을 비켜 가기 위한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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