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3시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시작되기 직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총장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김무성 대표에게 다가갔다. 김 대표는 싸늘한 표정으로 조 수석부대표를 바라보며 “비공개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수석부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돌아섰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조 수석부대표에게 김 대표가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원유철 원내대표의 중재로 의총 모두발언 일부는 공개했지만 비공개로 전환된 직후 김 대표는 단호한 표정으로 30분가량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부산 회동 경과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발언을 시작하며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자극하거나 당을 분열시키는 말은 자제해주길 바란다. 참고 또 참았는데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정조준했다. 이어 그는 “내 행위가 잘못됐다면 인정하겠다”면서도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취지의 약속은 절대로 변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3시간가량 이어진 의총에서는 의원 12명이 발언에 나섰다. 고성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찬반 의견이 맞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한다. 첫 토론자로 나선 김재경 의원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옹호했다.
▽김 의원=“우리는 운명 공동체다.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공천제도를 만들자.”
기다렸다는 듯 반대 의견들이 터져 나왔다.
▽김재원 의원=“당 대표가 수고했지만 팩트가 틀리고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안심번호는 안심할 수 없는 번호다. 100% 여론조사로 하는 건 현재 당헌·당규에 맞지 않다.”
▽김태흠 의원=“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역(逆)선택의 완전 해결도 불가능하고 책임당원의 역할이 약해진다.”
친박계 의원들의 주장에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반격에 나섰다.
▽권성동 의원=“하향식 전략공천은 논의 자체가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선택의 문제다.”
▽김용태 의원=“선거는 분열하는 쪽이 지는 거다. 판을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김성태 의원은 최근 김 대표를 비판한 원내지도부를 향해 “원 원내대표와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해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한다.
토론이 평행선을 달리자 김 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자청해 다시 발언대에 섰다. 김 대표는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니 방법을 변화시켜야 할 상황”이라며 “당의 특별기구를 만들어 국민공천제 실현을 위한 공식기구를 출범시키는 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분열되지 않으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분열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오픈프라이머리다. 우리 모두를 위해 가장 근접한 방법을 찾자”고 당내 갈등을 봉합하며 의총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공천 룰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잠시 휴지기를 거친 뒤 장기전에 접어들 태세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잠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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