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장’ 변호사 징계… 수임제한 위반도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일 03시 00분


국세청 재직중 취급사건, 로펌 옮긴뒤 맡고…의료지에 ‘과장 기사’ 실리게 하고
변협, 과태료 1000만원 등 처분

언론에 과장 홍보기사가 게재되도록 한 대형 법무법인(로펌) 소속 변호사가 징계를 받았다. 이 로펌의 또 다른 변호사는 자신이 공무원으로 재직할 때 관여했던 소송사건을 로펌으로 옮긴 뒤 맡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패색 짙은 소송 뒤집은 병원계 구세주’ 등의 내용이 담긴 기사가 의료전문지에 실리도록 한 법무법인 광장 손모 변호사에게 ‘변호사 품위 손상’을 이유로 지난달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대한변협은 광장이 이 사건을 수임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변호사가 공무원으로 재직할 때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한 변호사법 제31조를 위반한 혐의도 조사 중이다.

학교법인 을지학원은 2010년 10월 서울 노원세무서를 상대로 장례식장 음식물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사무관이었던 A 변호사가 노원세무서 측의 소송수행자로 지정됐다. 2011년 6월 1심에서 을지학원이 패소하고 같은 해 7월부터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됐다. A 변호사는 2011년 12월까지 피고인 노원세무서를 대리해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패소한 을지학원은 2012년 10월 법무법인 광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그해 광장으로 자리를 옮긴 A 변호사와 손 변호사 등이 이 사건을 맡았고, 을지학원은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소송이 종결된 뒤 한 의료전문지에 “패색 짙은 소송을 기사회생시키며 대법원에서 이겼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갔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 재직 시엔 피고(세무서)를 대리했던 공무원(A 변호사)이 로펌으로 옮겨 원고 측을 대리하면서 변호사법 제31조 1항 3호에 규정된 수임제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조항은 변호사가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변호사단체 징계에 이어 형사고발될 가능성도 있다. 변호사 업계에선 “A 변호사가 서울지방국세청 사무관 재직 당시 실제 이 사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세무공무원으로 재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취급하게 된 사건’에 해당한다”며 “광장과 A 변호사 모두 징계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A 변호사 측은 “이 사건 소송을 수임한 손 변호사에게 사건 관련 정보를 알려준 적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과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재직할 때 취급한 사건을 위원회 퇴직 후 수임한 김준곤 변호사 등을 올해 7월 구속 기소한 전례가 있다. 또 최근 경력법관으로 임용된 B 판사도 수임제한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