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러, 美지원 반군단체 폭격”
공습 받은 홈스-이들리브 ‘반군지역’… 러, 표적공습 위해 美출격 저지시켜
美, 강력반발… 양국, 긴급회담 합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과 이에 맞선 반(反)정부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맞물리며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 사태가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으로 미국과 러시아라는 세계 양강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부터 시리아 공습에 나선 러시아 전투기들이 ‘IS 격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론 아사드 정권에 맞서는 반군 기지를 타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가 혼미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고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시리아 중부 홈스 북부를 공습하면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은밀히 군사 지원을 해온 반군단체 1곳 이상을 폭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1일에도 전투기를 동원해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주를 폭격했다. 시리아 안보 당국자는 AFP통신에 “러시아 전투기 4대가 이들리브 주 지스르 알슈구르와 자발 알자위야 지역의 ‘정복군’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정복군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과 자유시리아군 등이 참여하는 반군 연합체를 뜻한다.
러시아 전투기의 공습을 받은 홈스와 이들리브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곳이다. 현재 두 도시 모두 시리아군이 아닌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의 요청을 받고 반군 기지에 ‘표적 공습’을 단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한 시리아국가연합(SNC)은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 36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이번 공습 과정에서 미국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킨 정황도 포착됐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공습 당일 오전에야 미국대사관 측에 “한 시간 뒤 공습한다. 공습이 진행되는 동안 미 공군기 출격을 하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런 러시아의 행태에 대해 미 국방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러시아의 공습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며 비생산적이고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발언을 통해 “러시아가 IS가 아닌 다른 반군을 공격했다면 미국은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도 “공습에 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NYT는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이 시리아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IS와 싸운다고 하지만 뒤로는 독재정권과 반군을 각각 겨냥하는 미국과 러시아가 고의든 우발적이든 군사충돌을 한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직접 충돌이 아니더라도 미군이 지원하는 반군을 러시아가 사살할 경우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난처해질 수밖에 없으며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하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러시아에 비해 미국은 이렇다 할 전략이 없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오바마 정부가 ‘절대 불가’를 선언한 지상군 투입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케리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지난달 30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담을 하고 가능한 한 빨리 긴급 군사회담을 여는 데 동의했다. 케리 장관은 “양측이 바로 내일이라도 만나 이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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