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세계의 골칫덩어리’인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시리아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과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이다.
일례로 지중해와 연결된 시리아 서쪽 타르투스 해군 기지는 1970년대 소련 시절부터 군함과 전투기를 가장 빠르게 중동과 서방으로 보내는 ‘발판’ 역할을 해왔다. 옛 소련 위성국가를 제외한 외국 중 러시아 해군 주둔을 인정한 국가는 시리아가 유일하다.
그런데 아사드 독재정권이 무너지면 기지 승계를 보장받기 힘들어진다. 그 경우 러시아가 중동이나 유럽에 지금과 같은 군사력을 투입하기가 어려워진다. 또 시리아와 공동으로 추진해온 석유·가스 개발, 석유화학공장 건설, 가스관 부설 공사도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러시아가 서방과 달리 아사드 정권 유지를 옹호하는 이유다.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에 합의해 중동 정세가 급변한 것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한 이유로 꼽힌다. 러시아는 ‘중동의 봄’ 이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통치하던 리비아 등 동맹국을 하나둘씩 잃어 왔다. 러시아 군사 전략가들은 “중동의 맹방들이 흔들리면 대국이 행사하던 영향력의 지렛대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경제 제재로 일부 아랍권 국가도 러시아에 등을 돌려 이런 위기감이 증폭된 터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개입은 모험주의(adventurism)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시리아에 파견된 러시아 공군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전쟁 개입 때와는 달리 지상군의 정찰이나 목표물 선정 등 사전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맹목적인 폭격’에 매달리고 있다. 시리아 현지에선 벌써부터 “러시아 군이 목표물을 가리지 않거나 오폭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같은 폭격은 자칫 병력 손실도 초래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저공비행에 능한 수호이(Su)-20 계열의 전투기를 이슬람 무장세력 지역에 띄웠다간 무장세력의 지대공 포에 격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폭격으로 러시아 남부의 체첸 반군이나 다게스탄 분리주의 세력 등이 이슬람 민족 감정을 자극하고 나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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