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 공천제 논란 사흘만에 “여권 공멸 막아야” 확전 자제
당내 논의기구 구성 ‘불씨’ 남아
공천 룰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간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잠정 합의한 ‘안심전화 국민공천제’로 촉발된 여권 내부의 갈등이 수습 분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1일 오전에 친박(친박근혜)계의 공격이 이어졌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물 건너간 안심번호를 가지고 국민공천제라고 하는 것은 빨리 철회해야 한다”며 “(여야 대표 회동을) 사전에 조율한 사람도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서 최고위원은 “정치인은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 대표의 유감 표명도 요구했다.
이날 오후엔 김 대표가 청와대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을 사전에 상의했다며 역공에 나섰다. 그러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지난달 26일 김 대표를 만났다”면서도 “안심번호를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맞받았다. 이 공방 이후 기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여권 관계자는 “오늘(1일) 저녁 무렵 청와대와 김 대표 측 사이에 이번 논란과 관련한 물밑 접촉이 있었다”며 “서로 간에 오해를 풀고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는 말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권의 공멸을 막기 위해 일단 휴전에 공감대를 모았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반격에 김 대표는 “반대라는 표현은 기억이 없지만 굳이 반대라고 (청와대가) 표현한다면 수용하겠다”는 말로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김 대표 모두 조금씩 상처를 입긴 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은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공천 룰을 논의할 특별기구 구성을 얻어냄으로써 김 대표의 공천 독주에 제동을 걸었고,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김 대표도 출구전략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전면전 직전까지 갔던 청와대와 김 대표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조만간 구성될 당 특별기구에서 공천 룰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인적 구성이나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시 충돌할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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