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해외의 업사이클링 어디까지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일 03시 00분


폭탄 탄피가 팔찌로… 초콜릿 포장지가 핸드백으로

1960년대 라오스의 ‘비밀전쟁’ 당시 사용된 폭탄의 탄피를 활용해 만든 아티클22의 액세서리 제품. 라오스의 시골에서 탄피를 녹여 숟가락을 만들던 현지 장인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다. 사진 출처 아티클22 홈페이지
1960년대 라오스의 ‘비밀전쟁’ 당시 사용된 폭탄의 탄피를 활용해 만든 아티클22의 액세서리 제품. 라오스의 시골에서 탄피를 녹여 숟가락을 만들던 현지 장인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다. 사진 출처 아티클22 홈페이지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친환경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은 해외에서는 이미 본격화된 트렌드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는 업사이클 업계의 ‘명품’으로 평가받는 스위스의 프라이타크 외에 핀란드의 ‘글로베호프(Globe Hope)’를 들 수 있다. ‘패스트 패션(fast-fashion)’이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버려지는 의류에 회의를 느끼던 디자이너 세이야 루칼라가 선택한 대안은 낡은 군복과 용도 폐기된 돛 등을 재활용하는 것. 2003년 기존 의류회사의 컬렉션 라인으로 선보인 업사이클 제품들은 8년간의 실험을 거쳐 2011년 글로베호프라는 정식 브랜드로 세상에 나왔다.

1960년대 베트남전과 라오스 전쟁 당시 사용된 폭탄의 탄피를 활용해 액세서리를 만드는 ‘아티클22’에는 미국 뉴욕의 디자이너들이 라오스의 장인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폭탄을 녹여 숟가락으로 만들기 시작한 라오스 시골 마을의 활동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들이 만드는 목걸이와 팔찌 등의 피스봄(peace-bomb) 제품들은 현재 25개국으로 팔려 나간다. 그리고 그 수익은 라오스 마을의 재건과 폭탄 제거 작업을 위해 사용된다. 지금 속도로는 모든 폭탄을 제거하는 데 800년이 걸린다는 게 아티클22의 설명이다.

사탕 봉지나 과자 포장지까지 활용하는 미국의 ‘에코이스트’도 빼놓을 수 없는 업사이클 브랜드로 꼽힌다. 코카콜라 라벨을 이용해 만든 이른바 ‘코카콜라 핸드백’은 에코이스트의 대표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초콜릿 도브 포장지를 활용한 도브백이나 캔 따개를 이어 만든 가방 및 팔찌 등은 보기만 해도 에코이스트 제품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이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들고 다니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재활용품에 부정적이던 미국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도 한몫했다.

이런 해외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고민하고 제품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그 해법을 모색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회사를 소개하는 홈페이지에는 ‘친환경(eco-friendly)’ 기업임을 천명하는 글과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의 업사이클 업체들은 이제 막 기반을 닦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1인 기업 시도가 대부분이다. 대기업이 진출한 사례로는 코오롱이 ‘레코드’라는 브랜드로 폐원단이나 팔리지 않는 의류를 리폼해 수출하는 정도다.

그나마 중견 혹은 대기업들이 보여주는 관심은 국내의 업사이클 업체들에 큰 힘이다. LG화학은 못 쓰는 유아용 카시트를 뜯어내 친환경 핫팩을 만드는 사회공헌 활동을 10월부터 터치포굿과 함께 벌일 예정이다. 만들어진 제품들은 시리아의 난민 지원에 사용된다.

현대백화점은 군 낙하산을 활용한 에코백을 납품받아 사은품으로 나눠줄 예정이고, 화장품업체 이니스프리는 업사이클 업체들과 손잡고 환경 문제의 인식을 제고시키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자원순환사회’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을 높이려고 시도 중인 환경부는 독일처럼 ‘쓰레기 직매립 비율 0%’를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업사이클 업체들이 폐자원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소재은행을 설치하고 재활용센터와 연계해 판매망 구축을 돕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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