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생소한 ‘프로젝트 경영’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주목받아 세계 건설시장선 이미 대세
시공만 해선 고수익 못 얻어… 中도 10년 전 도입해 적극 육성
우리도 새 수익원으로 키워가야
국제프로젝트경영협회(IPMA) 연차총회 참관 목적으로 모처럼 파나마를 다녀왔다. 파나마도 처음 방문해 보는 곳이지만 프로젝트경영(PM)이라는 개념도 생소했다. 참여 기업은 대부분 GE 지멘스 등 세계 굴지의 엔지니어링 회사들이었다. 도로 항만 등 발주된 건설사업을 시공하거나 석유화학시설 해상시추시설 등 발주된 플랜트 제작에 주로 참여하는 우리 기업들의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PM은 발주자를 도와 사업의 일정과 비용, 그리고 사업 추진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한다. 쉽게 말해 PM은 건축, 발전, 인프라와 플랜트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최상부에 위치한다. 반면 시공사들은 PM이 지정한 기자재를 구매, 조립, 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PM이 두뇌 역할이라면 시공은 육체노동에 해당한다.
이 둘이 받는 대접은 천양지차다. PM은 발주처와 한 몸이 되어 프로젝트 전 과정을 관리하며 공정과 비용관리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을 인센티브로 향유한다. PM이 제대로 작동하면, 자연히 시공사가 가져갈 몫은 적어진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시공사로서는 점점 일하는 환경이 시쳇말로 ‘빡세지는’ 셈이다.
지난 20∼30년간 세계 건설시장은 현격히 달라졌다. PM이 본격화되면서 시공사의 몫은 줄어들고 있다. 같은 규모의 수주를 하더라도 이윤은 매우 박해졌다. 그나마도 중국 베트남 등 저임금을 앞세운 국가들로부터의 경쟁까지 치열해지다 보니 수주를 해도 손해를 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살길은 빨리 PM으로 올라가는 것이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제 PM 입찰에 참여하려면 IPMA 인증은 기본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엔지니어 중 IPMA 인증 취득자는 손꼽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그것도 IPMA 4단계 인증 중 가장 초보적 단계 인증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 금년도 IPMA 총회에서 한국은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비록 한국은 아직 IPMA에 가입하지도 않은 상태지만 우리의 인천대교가 금년도 세계 프로젝트 대상을 받은 것이다. 내친김에 IPMA의 아시아지부를 한국에 두면 어떻겠느냐는 논의도 진지하게 이루어졌다.
최상의 훈련은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라 했다. 우리 경제의 발전 과정만 보더라도 우리 기술 인력은 결국 현장에서 컸다. 1960, 70년대 외국 원조자금으로 지었던 비료공장에서 일했던 인력이 1980, 90년대 우리의 석유화학산업을 일으켰고, 중동에서 닦았던 해외건설 경험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를 지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PM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인력이 PM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 기업이 당장 직접 PM 역할을 맡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이번 인천대교의 사례처럼 외국계 기업이라도 상관없다. 우리 인력이 보다 많이 활용될 수 있으면 된다. 이를 위해 우리도 이제 국내 공사에서도 PM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10년 전 이미 제도를 도입한 중국에 비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우리 기업이 직접 발주자의 위치를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발주에 참여하는 것이 곧 PM 위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PM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예컨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의 경우 한전이 UAE 원자력회사와 함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합작 회사에 참여하여 일종의 PM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평가도 고무적이다. 필자는 작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UAE 원전 원자로 착공식 참관차 현장을 방문했을 때 UAE 원자력회사 관계자가 박 대통령에게 했던 보고를 생생히 기억한다. 가장 먼저 했던 보고가 안전사고에 대한 보고. 연인원 1만3000명이 움직이는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거의 없다는 것. 한국 기업에 의한 PM 활동이 새 역사를 써가고 있는 현장이었다.
인천대교의 경우 영국계 PM사가 PM 경험을 무기로 발주사의 위치에까지 올랐다. 우리는 이를 거꾸로 해서 발주 참여를 통해 PM 경험을 습득해 나가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그간 우리 경제가 걸어온 길에 비추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도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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