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7∼9월) 7조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6조5000억 원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큰 차이로 넘어섰다. 매출도 50조 원대를 회복해 1년 전에 비해 외형과 수익성 모두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4분기(10∼12월)에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영업이익 10조 원’의 기반이었던 휴대전화 사업이 여전히 부진한 점은 삼성전자에 큰 고민거리다.
○ 반도체 디스플레이, 환율 덕 봐
삼성전자의 실적 호전에는 4조5000억 원 안팎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낸 부품(DS) 부문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주력인 메모리반도체는 단가 하락이 지속되는 중에도 압도적 기술력을 통해 원가를 줄이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 막대한 영업이익을 안겨다 준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3분기 메모리반도체 양대 분야인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전분기보다 상승한 47%, 4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자사 스마트폰 제품 중심으로 모바일AP 공급량을 늘려 흑자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소니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CMOS이미지센서 분야에서도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재계에서는 3분기 반도체 분야에서 3조5000억∼3조6000억 원, 디스플레이에서도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판매 확대로 9000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부품 사업의 이 같은 호조에는 환율의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68원으로 전분기 대비 6%, 지난해에 비해 14% 상승했다. 이 같은 원화 약세가 달러 기반으로 수출하는 부품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1∼3월) 유럽과 신흥국의 통화 약세로 8000억 원에 이르는 환차손을 본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 스마트폰 수익성 회복 더뎌…4분기 ‘미지수’
소비자가전(CE) 부문도 환율 개선과 미국 등 주요 시장 경기 개선에 힘입어 직전 분기보다 소폭 늘어난 영업이익을 추가로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주력인 TV 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진하지만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스마트폰 사업이다. 부품 사업의 호조에 가리긴 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여전히 부진하다. IT모바일(IM) 부문은 전분기보다 더 줄어든 2조4000억 원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면서 1년 전 저점(2014년 3분기 1조7500억 원)을 찍은 이후 이어오던 반등세가 다시 꺾였다. 2분기까지 부족했던 갤럭시S6엣지의 생산이 정상화되고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플러스 등 플래그십 제품이 출시됐지만 판매량이 여전히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또 스마트폰은 베트남 공장의 생산 비중이 높아 원화 약세의 혜택을 보지 못한 요인도 작용했다.
재계에서는 부품(DS) 부문의 ‘나 홀로 선전’으로는 4분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 IM 부문에서는 1300만 대의 사상 최다 선주문을 받은 아이폰6S에 대항할 새 제품 없이 갤럭시노트5 등 기존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반면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기반의 간편결제 시스템 ‘삼성페이’가 스마트폰 사업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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