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국정감사 발언을 이유로 어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 해임 결의안을 채택했다. 고 이사장은 2년 전 우익단체의 신년모임에서 1981년 자신이 수사를 맡았던 ‘부림사건’을 언급하며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2일 국감에서 고 이사장은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는 것과 그 사람을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다르다”고 답했다.
고 위원장은 6일 국감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봤다’는 취지로 말했다. 어제는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이념을 가졌는지 국민 모두가 알았다면 대통령이 안 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고 이사장은 오랜 공안검사 경력을 통해 그런 인식을 갖게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공인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제1 야당의 대표가 공산주의자이고, 전직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라는 주장은 우파 인사라도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답변에 문제가 있다”고 했을 정도다. 사적 자리에서 한 말이면 개인의 자유일 수 있겠으나 공영방송의 이사장으로서 국감장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방송 관련 정책 검증을 해야 할 국감장에서 사상 검증에 주력한 야당 의원들도 문제가 있다. 그들은 고 이사장을 상대로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는 영역까지 집요하게 캐물었다. 고 이사장의 ‘확신’이 야당 뜻에 맞지 않는다고 해임을 주장하는 데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야당 의원들은 5일 이순진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마치 시험 문제를 출제하듯 “5·16은 군사정변이라고 답변하라”고 강요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5·16 사상 검증’은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한 단골 메뉴다. 5·16이 방법론적으로 쿠데타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 평가에 대해선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야당의 잣대로 일방적 답변을 강요하는 태도도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대검찰청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사건 축소 의혹을 반복해서 제기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감은 사상을 검증하고 상대 당 인사를 공격하는 정쟁이나 하라고 국민이 마련해 준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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