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시장]<2>대구 서문시장-청주 성안길·육거리시장
인근에 이상화 고택-구한말 병원… 납작만두-칼국수 등 맛집도 유명
외국인 대상 관광코스 개발 착착
《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선정된 대구 서문시장과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및 성안길 상점가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국내 대표 전통시장이다. 이들 시장은 최근 들어 한류와 연계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로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근대사의 흔적을 돌아보는 대구 중구 ‘골목투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는 “일본인에게 진 국채 1300만 원을 갚아 일본으로부터 벗어나자”는 국채보상운동의 근원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민족 저항시인 이상화의 고택뿐 아니라 천주교 선교사 등이 1900년 이후 들여온 서양식 병원, 성당, 선교사 주택 등이 여전히 잘 보존돼 있다.
이런 역사적 장소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대구 중구는 ‘근대로(路)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관광 코스를 개발했다. 특히 3호선 모노레일이 개통되면서 이동이 훨씬 수월해졌다.
골목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서문시장은 영남권 최대 전통시장으로 1960년대 이후 대구 섬유산업이 발달하면서 원단 시장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올해 중소기업청이 공모한 ‘글로벌 명품시장’에 선정되면서 향후 3년간 5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서문시장은 외국인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야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봄 개장을 목표로 80여 개 점포가 참여할 예정이다. 김영오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은 “추위나 바람을 막을 수 있고, 기다리는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 디자인한 판매대를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현재 상인연합회 정기회의에도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좋은 아이디어 상품이라면 청년들이 자리 걱정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시장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는 서문시장에 즐비한 맛집들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칼국수 거리’ ‘분식 거리’에는 칼국수 집과 떡볶이 집이 줄지어 있지만 항상 손님들로 가득하다. 어묵이나 핫바 가게 역시 맛과 양을 내건 경쟁이 치열하다. 얇은 만두피에 속을 가볍게 넣은 납작만두는 서문시장의 별미다.
지난달 19일 열린 ‘서문시장으로 떠나는 한국전통놀이 글로벌 파티’에서도 이런 매력이 발휘됐다. 대구시와 한국관광공사는 서문시장상가연합회와 함께 한국 전통시장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들과 관광객을 초청했다. 이들은 서문시장 먹거리와 전통놀이를 체험하고 인근 지역을 관광했다. 이날 참여한 외국인들은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시장은 늘 관심거리인 만큼 서문시장과 연결된 관광 코스를 확장해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을 출발해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코스를 추천한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옆 의료선교박물관에서 1910, 20년대 병원에서 사용했던 의료기구들과 서적 전시물을 살펴본 후, 3·1운동 만세길 골목으로 내려온다. 벽 곳곳에 붙어있는 민족운동 관련 사진들과 태극기들이 시선을 끈다. 마치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계산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이상화 서상돈 고택을 감상한다. ▼ 전국서 견학오는 혁신모범생… 유커 줄지은 ‘제2 명동’ 꿈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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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인근 성안길 상점가와 함께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공동 선정된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은 다른 전통시장 상인들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장경영 노하우를 배우러 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육거리종합시장은 전통시장들이 아직 혁신의 길을 찾지 못할 때인 2001년 주차장을 조성했다. 2003년에는 아케이드도 설치했다. 전 품목 30% 세일행사, 유명 가수 유치행사, 상품권 발권도 이미 2000년대 초반에 도입했다. 육거리종합시장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 1000곳이 넘는 시장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다녀갔다.
육거리종합시장의 역사는 조선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 청주 시내에 위치한 유일한 하천인 무심천변에 1900년대 초 정육 상인들과 땔감 상인, 채소 상인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다. 1970년대 무심천에 둑이 만들어지면서 무심천변에 있던 상인들은 천변에서 올라와 지금의 육거리종합시장을 만들었다. 현재 1200여 개 점포에서 3280명의 상인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곳 시장 상인들은 중부권 최대 전통시장에서 서민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시장 모습을 보면 그 자부심을 이해할 수 있다. 2일 오전에 찾은 육거리종합시장은 어떤 현대적인 상점가보다 깔끔했다. 시장은 아케이드로 덮여 있어 포근한 느낌을 줬다. 상품들은 선을 맞춰 잘 정돈돼 있었다. ‘팽이버섯 4봉지 2000원’ 등 대부분의 상품에는 가격과 원산지가 적혀 있었다. 호객행위도 없었다.
육거리종합시장은 글로벌 명품시장 선정과 맞물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한 단계 도약할 예정이다.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연 27만 명이다. 이들은 120시간 동안 청주에서 환승관광을 할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육거리종합시장은 시장 안에 위치한 금융기관을 통해 환전시설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만두, 족발 상품 등을 특화 개발할 계획이다. 일부 상점들은 이미 중국인 점원을 채용해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채비를 갖췄다.
올해 최고의 흥행 영화인 ‘베테랑’ 후반부에는 황정민과 유아인의 명동 결투신이 등장한다. 명동 결투신이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사실 이 장면은 청주 성안길 상점가에서 찍은 것이다. 명동과 거리 모습이 흡사하고 각종 브랜드들이 최신 트렌드 물품을 시험 삼아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다.
성안길 상점가는 이런 장점을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활용하고 있다. 성안길 상점가는 영화거리를 조성해 해외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성안길 상점가는 한국의 최신 트렌드가 들어오는 곳인 만큼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사후면세점을 확대해 명동에 버금가는 쇼핑 명소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유시송 성안길 상점가 기획이사는 “성안길 상점가는 이미 하드웨어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청주=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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