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깜짝 놀랄 만한 신무기 공개는 없었다. 북한이 대외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한편으로 대내 지지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은 군 병력 2만여 명, 군중 13만 명을 동원하고 30여 종 290여 개의 무기를 공개했다. 2012년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 공개됐던 무기들이 대부분 재등장했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 미사일 탄두 모양을 개량한 것과 300mm 방사포(다연장로켓의 북한식 표현) 실물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구형 KN-08의 탄두 모양은 뾰족했지만 이번에 공개된 신형은 그보다 뭉툭해졌다. 또 탄두 표면에 구멍과 조그만 날개가 추가됐다. 날개와 구멍은 ICBM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올 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자세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장치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대내용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열병식에 나온 미사일들을 소개하면서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한 위력 있는 전략로켓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KN-08 탄두를 모양을 바꿔 가면서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를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뭉툭해진 모양을 놓고 다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보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KN-08이 미국을 겨냥한 무기라면 300mm 방사포는 한국을 염두에 둔 비대칭 전력이다. 이번 실물 공개는 실전 배치를 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군은 방사포 사거리를 계룡대까지 타격할 수 있는 220여 km가 아닌 140여 km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시험 발사했던 KN-02 단거리 미사일 개량형(KN-10)과 5월 사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공개하지 않았다. 개발이 마무리되지 않았거나 관계 개선이 절실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력 마크가 붙어 있는 ‘핵배낭’도 다시 등장했다. 100kg이 넘는 핵무기를 휴대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독면이나 제독 장비가 있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0일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육성 연설을 통해 ‘핵’ 언급 없이 “미제의 전쟁에 상대해 주겠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대외관계를 언급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은 이번 열병식을 대외용이 아닌 대내용 행사로 치렀다고 봐야 한다. 외부를 자극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는 계속 ‘핵’을 부각시켰다. 10일 저녁 열린 횃불행진 참가자들은 횃불로 ‘핵보유국’ ‘핵 경제 병진’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쿠바·베트남·라오스 대표단 등과 횃불행진을 지켜봤다고 11일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9일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류 상무위원을 만나 “남북대화와 긴장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북한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국 회담, 이산가족 상봉 등 8·25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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