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 골프]손뼉 치고 땅 치고… 운명 갈린 18번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대등한 승부, 마지막까지 접전 많아… 배상문-라히리-왓슨, 실수로 울고
우스트히즌-마쓰야마 등은 환호

희비가 교차한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날 18번홀 (파5·534야드).
희비가 교차한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날 18번홀 (파5·534야드).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날 싱글 매치 12경기가 열린 11일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의 18번홀에서는 환희와 탄식이 교차했다.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의 시소게임이 펼쳐지면서 짜릿한 결말이 쏟아졌다.

이날 이 홀은 평소 542야드보다 짧은 534야드로 세팅이 돼 2온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오른쪽에는 해저드가 있었고 포대 그린(Elevated Green·주변 페어웨이보다 높은 그린)이라 거리가 맞지 않으면 공이 흘러내리기 십상이었다.

핀까지 240야드를 남기고 한 배상문의 두 번째 샷은 그린에 미치지 못하며 그린 앞 경사를 타고 내려갔다. 배상문의 세 번째 샷은 뒤땅으로 공을 10m 정도 보내는 데 그쳐 패배의 빌미가 됐다. 이 장면을 지켜본 최경주 인터내셔널팀 수석부단장은 “오르막 경사에서 가볍게 띄워야 했는데 웨지가 공 아래로 너무 깊게 들어가면서 실수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아니르반 라히리(인도)도 18번홀에서 눈물을 삼켰다. 크리스 커크(미국)를 맞아 17번홀까지 동타를 이룬 라히리는 18번홀에서 90cm 정도의 버디 퍼팅을 남기고 있었다. 커크가 남겨 놓은 5m 버디 퍼팅보다 훨씬 가까워 라히리의 승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커크가 먼저 퍼팅을 성공시키면서 압박감에 시달린 라히리는 버디 퍼팅에 실패했다. 먼 거리 퍼팅을 먼저 넣으면 짧은 거리를 남겨뒀던 다음 골퍼의 퍼팅이 안 들어간다는 골프계의 속설이 입증된 것이다. 라히리가 버디를 했다면 무승부로 승점 0.5점을 추가할 수 있었던 인터내셔널팀은 땅을 쳐야 했다. 인터내셔널팀의 대니 리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안타까워했다. 미국팀의 장타자 버바 왓슨도 이 홀에서 1m도 안 되는 버디 퍼팅을 놓쳐 통차이 짜이디(태국)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반면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은 17번홀까지 1홀 차로 끌려가다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에서 3.5m 떨어진 곳에 안착시킨 뒤 이글을 뽑아내 패트릭 리드(미국)와 극적으로 비기며 승점 0.5점을 추가했다. 이 퍼트로 우스트히즌은 4승 1무로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도 17번홀 버디에 이어 18번홀에서 20m를 남기고 세 번째 샷으로 공을 핀 1m 부근에 붙인 뒤 버디를 낚아 극적으로 1홀 차 승리를 결정지었다.

프레지던츠컵에 선수로 세 번 출전했던 최경주 부단장은 “예전에는 마지막 날 13번홀 정도면 대부분 경기가 끝날 정도로 전력 차가 심했다. 올해 18번홀까지 가는 경기가 많았던 것은 그만큼 대등한 명승부를 펼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18번홀 결과가 달라졌다면 트로피의 주인공도 바뀔 수 있었던 하루였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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