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선거구 지키자니 충청이… 文의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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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늘면 다른쪽 감소 ‘제로섬’
호남의석 줄이면 反文 기류 커지고 선거 캐스팅보트 충청 외면 어려워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구 획정을 놓고 충청권과 호남권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선거구획정은 ‘제로섬 게임’이다. 어느 한 지역의 의석수가 늘면 그만큼 다른 지역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 제출 기한인 13일까지 획정안을 내놓지 못한 배경 중 하나로 농어촌 지역구 문제가 꼽힌다. 새정치연합은 2석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전남 의석수를 최대한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한 획정위원은 “야당 성향인 획정위원들의 최우선 논리는 ‘전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표도 전남 등 호남 의석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당의 텃밭인 호남을 외면하긴 어렵다”며 “농어촌 지역구 감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이 최근 새누리당에 “의원 정수를 1%(3석)만 늘리자”고 타진한 것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특히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한 반감이 높은 호남에서 의석수 감소를 막지 못할 경우 ‘반(反)문재인’ 기류가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표의 고민은 호남을 배려할 경우 충청권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선 충청은 충북이 1석 줄지만 충남 천안, 대전 유성이 분구되면서 총 1석이 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위 논의 과정에서 충청 의석을 동결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충청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대전시당 관계자는 “충청 의석 확대가 매번 좌절되면서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이번에도 의석이 동결되면 반발 여론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충청권은 총선,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결정권)’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문 대표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지역이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체제 유지를 위해선 호남을 신경 써야 하고, 총선을 생각하면 충청을 고려해야 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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