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 교육을 제대로 시키려면 교과서를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학교에서 왜곡 없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는 다른 과목과 달리 교사의 가치관과 정치 성향에 따라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에 특히 중립적인 교육이 요구된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역사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의 교사들도 수업 시간에 편파적이고 부적절한 언행을 한다는 지적이 종종 제기된다. 좌우를 불문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은 공교육과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
○ 좌편향, 종북 발언에 학생들 불만
시민단체 블루유니온이 운영하는 ‘선동·편향 수업 신고센터’에 중고교생들이 제보한 내용을 보면 다양한 편향 교육 사례가 드러난다. 서울 H고 학생이 “담임선생님이 2시간 동안 편파적인 동영상을 보여줘서 학생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최근 신고센터에 제보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제보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 교사는 학생들에게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의 ‘세월호를 통해 본 한국 현대사’라는 강연 녹화 영상을 틀어주고 느낀 점을 쓰게 했다. 한 교수는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주에서 김창용에게 잡혔다. 김창용이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죽여도 될 사람을 하나 안 죽였다. 박정희를 그때 죽였으면 언니(박근혜 대통령을 지칭)는 태어나지도 못하는 건데. 그때 죽였으면 역사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기 전 피신한 것을 두고 세월호 침몰 당시 탈출한 이준석 선장에 비유하며 “이 전 대통령이 다시 서울에 돌아온 날부터 세월호 죽음의 항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신고센터에 제보하는 내용은 대부분 좌편향적이거나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이다. 특히 역사가 아닌 다른 과목 시간에 역사 관련 자료들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 부산의 한 고교 학생은 수학 교사가 수업 시간에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보게 했다고 제보했다. 백년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회주의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해 보수 진영으로부터 역사왜곡이라는 반발을 산 바 있다.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 대해 북한이 아닌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식으로 가르친 교사들도 있었다. 현재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중에서 해당 사건을 기술한 것은 3종뿐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017년 국정 교과서에서 적용할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서 두 사건에 대한 기술을 강화하도록 명시했다. 이를 북한의 공격이 아니라고 가르친다면 역사 교과서의 기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셈이 된다.
○ 교과서 중심으로 객관적 사실만 가르쳐야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아직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근현대사의 내용들은 교사의 생각을 주입하기보다는 다양한 해석을 중립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것.
중학생과 고교생 자녀를 둔 남지숙 씨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역사관도 굉장히 달라지더라”면서 “1학년 때는 이승만이 나쁜 사람이라고 배우고, 2학년 때는 건국의 아버지라고 배운다면 학교나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단체가 만든 자료들을 수업 교재로 활용하는 것이 편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전국역사교사모임이 2011년 펴낸 교사용 지침서 ‘중학 역사 배움책’의 경우 2000년대 주요 역사 사건의 연표를 제시하면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효순 미선 양 사건’ ‘이라크 파병’ ‘4대강 공사’를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았다.
서울의 한 공립고 교장은 “역사 교사의 성향에 따라 부교재나 참고자료, 토론 주제의 내용도 판이하게 갈리기 때문에 역사 교사 전보 시기가 오면 교장, 교감부터 긴장하게 된다”면서 “역사 교과서를 충실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서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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