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새누리당 한 전직 의원은 “국회를 나왔다가 다시 도전하려 해보니 현역 의원은 정말 넘기 어려운 벽”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원들이 ‘민원의 날’ 등의 명목을 앞세워 필사적으로 유권자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역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통해 평상시에도 주민들을 상대로 간접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고, 각종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당원을 접촉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원외 정치인들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12월 15일)까지는 손발이 묶여 있다. 지난달 28일 만난 여야 대표는 “신인들을 위한 예비후보 등록기간을 선거일 전 6개월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공염불이 됐다.
정치 신인을 비롯한 원외 정치인들은 불공정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과 새누리당의 공천 룰 확정이 늦어져 더욱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어디서, 어떻게 준비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기준을 적용할 경우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일부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연일 주민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거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당은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비례대표는 한 석도 줄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치권의 이런 혼란 속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도 묘안을 찾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또 새누리당은 공천 룰이 어떻게 정해질지 안갯속이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무산된 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는 공천 방식을 정할 특별기구의 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를 놓고 2주일 동안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우선추천지역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지,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어떤 비율로 할지 등 민감한 문제는 논의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새누리당 소속의 한 원외 정치인은 “지금 힘을 쏟고 있는 동네가 다른 지역구로 넘어가는 건 아닌지, 덜컥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돼서 괜한 헛수고만 하는 건 아닌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작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들 간의 불공정한 경쟁, 선거구와 공천 룰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민생과는 관련이 없다. 치솟는 전셋값을 어떻게 감당할지, 앞으로 취업난은 숨통이 좀 트일지 등이 일반 국민들의 관심사이고 정치권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총선을 둘러싼 ‘그들만의 리그’에 몰두할수록 민생 문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아직 19대 국회는 6개월이나 남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