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관리 국토부 ‘농업용수 부족’ 나몰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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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예고된 가뭄, 하늘만 보는 정부
컨트롤타워 없이 제각각 물관리
가뭄피해에도 “물 공급계획 없어”… 美는 예보-대책수립기구 일원화

가뭄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 내에 가뭄에 대응할 ‘컨트롤 타워’가 없어 가뭄 극복대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뭄을 예측하고 수자원을 배분하는 권한이 여러 부처로 나뉘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기관의 효과적인 가뭄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수자원의 관리주체가 용도별로 제각각이다. 현재 광역상수도와 공업용수는 국토교통부, 농업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상수도는 환경부가 관리하고 있다. 지방 소하천 관리는 행정자치부가, 가뭄 등 재난 대응은 국민안전처가 맡는다.

여러 부처에 권한이 분산돼 있다 보니 통합적인 수자원 관리가 어렵다. 이 때문에 관할 업무가 아니면 각 부처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충남 서산시 천수만 간척지의 부남호 수위가 내려가 근처 농지의 염해(鹽害)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충남 지역 댐의 물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가 관리하는 댐의 용수 공급 계획은 공업·생활용수 수요를 기준으로 수립되며 농업용수 공급은 농림부 산하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책임이라는 것이다. 가뭄이 발생하면 각 지자체는 지방상수도만 관리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급수 조치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가뭄 초기부터 용수의 공급·배분을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있다면 갑작스러운 제한급수에 국민들이 혼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뭄에 대한 전망도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기상청, 한국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뭄 피해에 대한 각 기관의 예측이 달랐다. 환경부는 기상청이 내는 강수현황, 국토부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다목적댐의 저수량, 농림부는 농업용 담수시설 저수량 등을 기초 자료로 삼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정부는 부처들의 수자원 정책을 조정하는 ‘물관리 협의회’를 총리실에 설치하고 이달 12일 관계 부처 간 첫 회의를 열었다. 부처마다 별도로 운영해 온 수자원 관련 정보를 통합하고 부처들이 상호 협의를 거쳐 가뭄·홍수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회에서도 국가 및 권역별 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물관리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도록 하는 물관리기본법 제정안이 7월 발의됐다.

하지만 각 부처에 강제성을 갖지 못하는 ‘협의회’ 수준의 기구로는 일상화된 가뭄에 대처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석환 대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국립가뭄경감센터(NDMC)처럼 가뭄을 상시로 예보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댐#국토부#국토교통부#가뭄#농업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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