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옥탑방과 펜트하우스의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소개하는 MBC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파트에 사는 대부분 출연자와 달리 밴드 ‘장미여관’의 멤버 육중완의 집은 서울 망원동 옥탑방이라 눈길을 끈다. 최근 합류한 가수 황치열도 마포의 옥탑방에서 살고 있다. 두 남자는 비좁은 방에서 자취생처럼 생활하지만 옥상에서 뽀송뽀송하게 빨래를 말리고 삼겹살도 구워 먹는 ‘옥탑방의 소박한 낭만’을 즐긴다.

▷옥탑방은 한국 드라마의 단골 배경이다. 2003년 40% 시청률을 올린 ‘옥탑방 고양이’가 대표적이다. ‘괴로워도 슬퍼도’ 꿋꿋한 만화 주인공 캔디와 닮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십중팔구 옥탑방에서 산다. 재벌집 남자 주인공이 사는 저택과 대비되는 고지대 옥탑방에는 대개 휘황한 야경도 덤으로 따라온다.

▷옥상의 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건물의 옥상에 정원을 잘 꾸며 놓고 휴식과 비즈니스 공간으로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에 들어서는 국내 최고층 아파트(85층)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높은 청약 경쟁률이 요즘 화제다. 이 아파트에 6채의 펜트하우스가 있다. 3.3m²당 7000만 원의 사상 최고 분양가로 2가구를 68억 원에 모집한 ‘244m²B’ 펜트하우스는 68.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방으로 트인 전망에 단독주택 같은 프라이버시까지 누릴 수 있는 펜트하우스는 ‘하늘 위에 지은 집’으로 불린다. 전 세계 주요 도시마다 초고층 건물의 꼭대기 층은 글로벌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주거 공간이다. 재력과 지위를 과시하기에 안성맞춤인 데다 ‘가진 자 중에도 가진 자’들만 거래하는 희소성으로 투자가치도 높은 편.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새로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 ‘432파크애버뉴’는 미국에서 세 번째 높은 건물로, 펜트하우스가 완공 전 9500만 달러에 팔렸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 건물을 ‘글로벌 슈퍼리치의 증가 시대를 알리는 기념비’ ‘역사적인 불평등의 집’이라고 표현했다. 궁핍의 상징 옥탑방과 슈퍼리치가 몰려드는 펜트하우스, 갈수록 그 간극이 벌어지는 양극화 시대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옥탑방#옥상#전망#단독주택#펜트하우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