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마포구 난지천공원 습지. 서울 곳곳에는 작은 생태계로 불리는 이 같은 숨은 습지들이 곳곳에 조성돼 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공원을 채운 왁자지껄한 소음을 뒤로 하고 산책로에 난 작은 샛길로 발길을 옮겼다.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갈수록 아이들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말소리가 등 뒤로 잦아들었다. 억새밭을 지나 목적지에 다다르자 거짓말처럼 조용한 공간이 펼쳐졌다. 그곳엔 새의 울음과 풀벌레 소리만 가득했다.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천공원. 이 공원 산책로에는 작은 습지가 조성돼 있다. 막바지 억새축제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인근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북적였지만 난지천공원의 습지는 조용히 시민들을 맞고 있었다.
습지는 각종 식물과 철새, 수중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작은 생태계’로 불린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관람 덱이 설치된 곳이 많아 도심 속 정원 같은 모습이다. 서울 시내에는 이처럼 크고 작은 습지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자연 상태에서 만들어진 습지도 있고 서울시가 인공적으로 꾸며 놓은 습지도 있다.
난지천공원과 인접한 노을공원에도 습지가 있다. 주차장에서 노을공원을 오가는 ‘맹꽁이버스’ 하차장 인근 카페를 지나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이 습지를 보려면 비가 온 다음 날 방문해야 한다. 평소엔 일반 풀밭과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비가 내리면 습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매립지를 공원으로 꾸몄는데 지반이 약한 지역이 조금 침하되며 비가 오면 습지로 변한다”고 말했다. 지대가 높아 한강과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풍성한 억새밭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인근 난지한강공원에도 왜가리, 촉새 등 각종 철새를 살필 수 있는 습지공원이 조성돼 있다.
송파구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에도 습지가 꾸며져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성된 자연습지다. 자연습지답게 각종 수상 동식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자라, 물방개 등 곤충과 청둥오리, 물총새 등 습지 주변에 서식하는 새도 관찰할 수 있다.
강서구 개화동 강서습지생태공원은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에 적합하다. 일반 습지들에 비해 규모가 커 찬찬히 시간을 두고 산책하는 것도 좋다. 습지 위에 조성된 덱을 걷다 보면 나무로 만든 ‘초소’ 형태의 건물을 볼 수 있다. 이곳에 난 작은 구멍으로 철새를 놀라게 하지 않고도 오랫동안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맹꽁이 서식지도 강서습지생태공원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이 외에도 논을 습지로 바꾼 길동생태공원, 서울숲, 북한산 도시자연공원 등에서도 습지를 볼 수 있다. 문길동 서울시 공원관리팀장은 “서울의 대표적인 습지들은 모두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공원처럼 꾸몄다”며 “습지는 각종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어 선선한 가을을 즐기기에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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