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호(가명·28) 씨는 대기업 수십 곳에 입사원서를 넣었지만 매번 1차 전형에서 탈락했다. 부족한 ‘스펙’ 탓으로 여긴 성 씨는 2년 전부터 각종 민간자격증을 따는 데 몰두해 왔다. 지방대 출신인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자격증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그가 획득한 자격증은 인성지도사, 소비자전문상담사, 레크리에이션 지도사, 독서논술지도사 2급 등 4개. 학원 수강비, 교재비 등으로만 250만 원가량을 썼다.
성 씨는 올 상반기 한 대기업의 1차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고생해서 취득한 자격증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 본 면접시험에서 그는 뒤통수를 맞았다. 면접관이 “직무와 관계없는 자격증을 따는 데 시간만 낭비했다”는 핀잔을 줬기 때문이다. 성 씨는 “이력서를 조금이라도 더 채우고 싶은 마음에 여러 자격증을 땄지만 결국 돈만 낭비한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취업 장벽을 뚫기 위해 각종 자격증을 따려는 청년, 경력단절여성(경단녀) 등의 구직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절박한 마음을 이용한 ‘자격증 장사꾼’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이들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19일 현재 정부에 등록된 민간자격증은 무려 1만7289종에 이른다. 2007년 자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정부가 민간자격 등록제를 도입한 뒤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민간자격증은 운전면허 등과 달리 특별한 심사과정 없이도 등록이 허용되다 보니 급속하게 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 경단녀 구직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스펙’을 조금이라도 더 쌓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구직자들을 자격증 학원으로 몰고 있는 것. 유사 자격증도 난립하고 있다. 한 곳이 인기를 얻으면 다른 곳에서 바로 비슷한 교육과정을 급조해 등록하는 식이다. 심리상담 관련 민간자격증은 1460종, 웃음 관련 자격증은 196종이나 된다. ‘취업 100% 보장’ 같은 허위 과장 광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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