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보면 알 만한 유명인사도 6명이나 왔다 갔다. 우리 카지노에만 매일 한국인 1000명 정도가 오고 그중 억대 판돈을 쓰고 가는 VIP 고객이 20∼30명 수준이다.”
하룻밤에도 판돈으로 수십억 원이 오간다는 카지노 VIP룸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본보 기자는 20일 ‘정킷방’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남성 A 씨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해외 원정 도박의 실체를 들어봤다.
한국인이 해외 원정 도박을 위해 주로 찾는 곳은 마카오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이다. A 씨는 1년 전부터 필리핀 마닐라 S호텔 카지노 VIP룸에서 정킷방을 운영 중이다. 정킷방이란 개인 또는 단체가 카지노 측에 일정액의 보증금을 내고 VIP룸을 임차해 운영하는 곳. ‘정킷’은 원래 카지노 시설이 고객에게 여행 경비를 제공하는 단체여행을 의미한다. 실제 A 씨의 정킷방은 ‘시드머니’(최초 시작하는 금액)가 3000만 원 이상인 VIP 고객에게 항공 숙박 향응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 씨는 “우리 카지노를 찾는 고객의 60%는 중국인, 30%는 한국인, 10%는 일본인”이라며 “한국에서 오는 VIP들은 대부분 전문 모집인을 통해 온다”고 말했다. 전문 모집인들은 국내 카지노나 골프장, 유흥주점 등에서 대상을 물색한다. 국내 도박 관련 커뮤니티 등에도 홍보 글을 남긴다. A 씨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해외 원정 후기의 10%만 진실”이라며 “‘돈을 얼마 땄다’는 글도 대부분 홍보 글”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모집한 고객이 게임에 참여할 때마다 쓰는 게임비의 통상 1∼3%는 ‘롤링비(수수료)’로 정킷방에서 전문 모집인에게 지급한다.
A 씨의 정킷방이 있는 호텔 카지노에는 총 20개의 VIP룸이 있다고 한다. 규모에 따라 1년에 70억∼150억 원의 보증금을 내면 정킷방을 운영할 수 있다. A 씨는 10억 원을 내고 150억 원짜리 VIP룸을 중국인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카지노와 정킷방 업주는 고객이 게임에 참여해 이긴 금액은 반반씩 부담하고, 잃은 금액은 반반씩 나눠 갖는다. 고객이 1억 원을 잃었다면 카지노와 정킷방 운영자가 5000만 원씩 수익을 가져간다.
같은 VIP룸이라고 해도 룸에 따라 판돈 규모는 크게 차이가 난다. A 씨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정킷방이 ‘슈퍼마켓’이라면 중국인이 운영하는 정킷방은 ‘백화점’급”이라며 “중국인 정킷방에서 수십억 원을 잃은 한국인을 여럿 봤다”고 말했다. VIP룸에서는 90% 이상 ‘바카라’라는 카드게임을 한다. 바카라는 단숨에 승부가 나고 회전율이 빨라 딜러나 업주, 게임 참여자 모두 선호한다.
도박 자금은 현지에서 ‘환치기’(한국 계좌에 한국 돈을 입금하고 외국에서 달러나 현지 돈을 받는 것)를 통해 받는다. 정킷방 업주와 에이전트(전문 모집인)가 ‘환치기’를 해주고 금액의 2%를 수수료로 뗀다. A 씨에 따르면 국내 조직폭력배들은 보통 정킷방을 직접 소유하기보다는 중간에서 고객 모집 및 환치기 등을 통해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A 씨는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지금도 마카오나 필리핀에서 카지노에 수억 원을 쏟아붓는 한국 사람이 수두룩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원정 도박을 오는 사람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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