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을 건너 꼭 껴안은 ‘신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3시 00분


이산상봉 첫날 南아내-北남편 재회… 감자칩 먹여주며 “살아있어 고마워”

“전쟁 때문에 그래. 할매…. 나는, 나는 말이야…. 전쟁으로 인해서 우리가, 우리나라 정책이 말이야….”

북한의 남편 오인세 씨(83)는 65년 전 결혼 여섯 달 만에 헤어진 한국의 부인 이순규 씨(85)의 손을 꼭 잡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고마워…”라고 말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헤어져 살던 노부부. 서로 만난 기쁨에 어깨에 손을 올리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오 씨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이 씨에게 감자칩을 건네자 이 씨는 수줍은 표정으로 입을 내밀었다. 이내 이 씨가 오 씨에게 감자칩을 건넸다. 그러자 오 씨도 웃으며 받아먹었다. 백발의 노부부는 65년 전인 1950년 6월 헤어지기 직전의 애틋한 신혼부부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북한의 아버지 손권근 씨(83)는 한 살 때 헤어진 한국의 아들 손종운 씨(67)를 만나 꽉 껴안았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동안 목이 멘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6·25전쟁이 갈라놓은 65년 시간의 편린이 부부와 부자(父子) 앞에 서럽게 흩어졌다. 20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 마련된 상봉장은 길고 긴 세월을 견뎌낸 가족들의 눈물과 환희 속에 녹아들었다.

대부분의 이산가족은 기약 없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북한의 이산가족이 한국의 가족을 찾은 이번 상봉행사(20∼22일)에 참석한 96가족 가운데 부부, 부자, 부녀 등 직계가족의 만남은 다섯 가족에 불과했다. 한국의 가족이 북한의 가족을 만나는 24∼26일 행사에는 90가족 중 직계가족은 15가족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금강산=공동취재단
#남북#이산가족#이산가족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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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추천 많은 댓글

  • 2015-10-21 05:17:34

    눈물없이 볼수 없는 이산가족 만든 주범이 김정은 할배인데도 1인당 거액 받고 이산가족도 만나게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교과서를 주적 북한 미화가 말이 됩니까? 발갱이 노무현 정권에서 만든 발갱이 교과서를 박근혜 정부는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 2015-10-21 06:13:34

    이산가족상봉만 봐도 좌편향 교과서 고집은 어떤 논리 변병 거짓말로 국민 설득이 됩니까? 한국에 발갱이가 6.25전후보다 많은 증거가 좌편향 교과서 고집 모습만으로 단적으로 증명 아닙니까?

  • 2015-10-21 09:46:03

    이게 다 김일성놈이 만든 작품 아닌가.. 이제 그 손주놈이 이걸 빌미로 돈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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