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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주제는 ‘직장 에티켓’]<201>맞춤법은 직장생활의 기본
정부 부처 과장인 A 씨는 최근 업무와 관련해 30대 초반 후배 B 씨의 e메일을 받고 놀란 경험이 있다. 평소 B 씨에 대해 일 잘하고 똑똑한 후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A 씨는 e메일 한 통으로 그 신뢰감이 무너졌다고 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맞춤법이 문제였다.
B 씨가 보낸 e메일에는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이럴 땐 어떻하죠?”, “조만간 뵈요” 등 곳곳에서 ‘맞춤법 테러’가 등장했다. ‘오랫만에’는 ‘오랜만에’로, ‘어떻하죠’는 ‘어떡하죠’, ‘뵈요’는 ‘봬요’로 쓰는 게 맞다. A 씨는 “친구나 연인끼리의 대화라면 틀린 맞춤법을 사용하는 것이 애교로 보일 수 있겠지만 직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직장 생활의 기본인 서류, 문서, e메일 작성에서 맞춤법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신입사원 교육 때 단골 교육 소재로 등장하는 ‘제가 바랍니다’ 사건도 맞춤법이 빚어낸 웃지 못할 사례다. 한 신입사원이 결재(決裁)와 같은 뜻인 ‘재가(裁可)’라는 단어를 잘못 알고 상사에게 올리는 서류에 ‘재가 바랍니다’가 아닌 ‘제가 바랍니다’라고 쓴 것이다. 이 서류를 받아 본 상사는 “그래, 네가 바라는 대로 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직장 생활에서 맞춤법이 개인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지만 젊은 세대들은 맞춤법을 어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 315명을 대상으로 ‘입사 지원용 자기소개서 작성 시 가장 어려운 점’을 조사한 결과 36.36%가 ‘맞춤법’이라고 답했다. 맞춤법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8.64%가 ‘평소에 글을 쓸 일이 별로 없어서’라고 답했다. 18.18%는 ‘평소 국어 사용 시 신경을 쓰지 않고 함부로 사용해서’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서울지역 대학 국어교육과 강사인 김지연 씨(37)는 “트위터나 메신저 등으로 짧은 글만 써 본 젊은 세대들이 갑자기 맞춤법에 맞춰 문서나 e메일을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인터넷 포털에서 사전 기능을 활용하거나 한글 프로그램 자체에 있는 맞춤법 기능만 잘 사용해도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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