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장년층의 근로시간 단축과 임신기 여성의 시간선택제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중장년층들의 경력을 단절하지 않으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정착시켜 출산율까지 높여 보겠다는 것이다.
22일 오전 10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5 리스타트 잡페어-다시 일하는 기쁨!’은 시대에 맞는 유연한 근로형태를 바라는 근로자, 기업과 정부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 시간선택제를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현재도 중장년층 근로자들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 그러나 정년 연장과 연계된 임금피크제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지원금도 1인당 연간 5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조건도 까다롭고 지원액도 적기 때문에 현장의 호응도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지원 조건을 완화하고, 지원액도 늘리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중장년층과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또 정부는 여성이 임신기부터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고, 경력 단절 없이 육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제도를 통해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여 나가면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설문조사한 결과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근로자들의 사유는 ‘육아와 자녀보육’이 52.4%로 절반을 넘었다. 물론 현행 근로기준법도 임신기에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만, 그것도 하루 2시간만 단축할 수 있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도영 고용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은 “임신 근로자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 모성을 보호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임신한 근로자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확산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 ‘세 마리 토끼’ 잡는 기회
시간선택제는 이미 기업 현장에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라며 “직원 입장에서는 정규직과 같은 혜택을 받아 직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은행은 인력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결국 고객은 더 나은 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190명에서 올해는 330명으로 경력단절여성 채용을 크게 늘렸다”며 “해당 직원들의 반응이 좋고 특히 바쁜 시간인 오후에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기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년 행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일제 전환 근무자’도 등장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부스에서 구직자 상담을 맡은 오지혜 스타벅스 주얼리시티점 부점장(36)은 이 회사에서 4, 5시간 근무를 하다 최근 전일제로 전환해 근무하고 있다.
임서정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근로자가 약 20만 명”이라며 “네덜란드나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면 앞으로 이 숫자를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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