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두산을 응원한 팬이라면 적어도 이 세 명에게는 기도를 올렸을 게 틀림없다. 니느님은 두산 팬들이 외국인 투수 니퍼트(34·사진)와 하느님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니퍼트는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팀을 구원하기 위해 22일 잠실에서 열린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1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나흘 만이었다.
이번에도 두산 팬들의 믿음이 통했다. 니퍼트는 이날 NC 타선을 7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되며 2013년 3차전부터 플레이오프 3연승을 기록했다.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이다. 이 경기의 최우수선수(MVP) 역시 그의 차지였다.
이날 투구 수 86개를 기록한 니퍼트는 7회에도 최고 구속이 시속 153km를 기록할 만큼 힘이 남아있었다. 그래도 등판 간격이 짧았던 걸 감안해 두산 김태형 감독은 무리시키지 않았다. 김 감독은 팀이 4-0으로 앞선 8회부터 마무리 투수 이현승(32)을 투입하며 뒷문을 걸어 잠갔다.
이날 니퍼트의 빠른 공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 건 체인지업이었다. ‘애슬릿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투·타구 정보 시스템 ‘트랙맨’에 따르면 니퍼트가 정규시즌 때 던진 공 가운데는 14.2%만 체인지업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체인지업의 비율이 23.3%로 올랐다. 체인지업이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면서 몸 쪽 속구도 위력을 더했다.
전날 3안타에 묶였던 두산 타자들도 13안타로 7점을 뽑아내며 에이스의 부담을 덜어줬다. 결승점이 나온 건 6회말이었다. 선두 타자 민병헌(28)이 NC 선발 해커(32)를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내며 시동을 걸었고, 김현수(27)의 볼넷에 이어 양의지(28)가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무사만루가 됐다. 다음 타자 홍성흔(39)이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난 뒤 오재원(30)은 1루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로 민병헌과 김현수를 불러들였다.
니퍼트의 통산 기록을 뜯어보면 재미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영남 지역을 연고로 하는 세 팀(삼성, 롯데, NC)에 특히 강했다는 것이다. 니퍼트는 통산 승률 0.644(58승 32패)를 기록하고 있는데 영남 연고 세 팀을 상대로 한 승률은 0.813(26승 6패)이나 된다. 평균자책점도 2.52로 통산 기록(3.47)보다 1점 가까이 낮다. 두산이 24일 오후 2시 마산에서 시작하는 5차전에서 승리하면 한국시리즈 우승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정규시즌 1위 삼성을 상대로 니퍼트는 통산 14승 2패(승률 0.875)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정규시즌에서 19승(5패)을 기록했던 해커는 1차전에 이어 또 한번 에이스 맞대결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해커는 이날 정규시즌(34.5%)보다 속구 구사 비율(64.5%)을 30%포인트나 끌어올려 두산 타선을 제압하려 했지만 결과는 또다시 실패였다.
6회 양의지 타석 강공이 승부처
▽두산 김태형 감독=안방에서 2패를 하면 팬들에게 면목이 안 설 거라고 생각했는데 승리로 마무리해 다행이다. 니퍼트가 좋은 구위를 유지한 게 주효했다. 6회 양의지 타석이 승부처였다. 무사 1, 2루에서 희생번트를 할 수 있었지만 양의지의 컨디션을 믿고 강공으로 밀어붙였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현승도 2이닝을 잘 막아줬다. 타선 침묵 아쉬움… 해커는 제 몫
▽NC 김경문 감독=타선이 터지지 않아 아쉬웠지만 상대 선발 니퍼트가 잘 던진 것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해커가 6회 3실점 했지만 선발로 자기 역할을 했다. 타자들이 아쉬웠던 부분은 마산으로 돌아가면서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2회 2사 후 합의판정 신청은 감독으로 서 선수를 믿고 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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