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정부책임’ 절충안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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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앞두고 해법 찾기 나서

한국과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을 내달 1일경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겉으로는 여전히 차갑다. 일본의 한 외교 관계자는 “7월에 메이지 유신 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의 앙금이 아직 남아 있다”며 “박근혜 정부와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에 합의해도 한국의 차기 정권이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구심도 여전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해법 찾기에 나선 것은 위안부 문제를 풀지 않으면 한일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위안부 관련 자료를 등재 신청하는 등 한국과 역사 공조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일본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일한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압력도 무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본은 9차에 이르는 한일 국장급 위안부 협의에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일본은 ‘한국이 원하는 해법이 뭐냐’ ‘이번이 최종적인 해법이며 더이상 문제 제기하지 말라’는 식으로 한국을 몰아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일단 지금까지의 국장급 협의를 발전시키는 수준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게 최대치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 이후 해결안을 조율하면서 한국 정부가 최종적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은 2012년 3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외무성 사무차관이 제시한 이른바 ‘사사에안(案)’의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사사에안은 △총리가 사죄를 표명하고 △주일대사가 총리의 사죄 편지를 피해자에게 전달하며 △일본 정부 자금으로 위로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총리 사죄 편지에 들어갈 ‘도덕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문구에 대해 ‘법적 책임’까지 함께 넣으라면서 제안을 거절했었다. 일본은 일본의 국가 책임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끝났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구상하는 새로운 안에서는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는 표현으로 절충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돈의 명칭도 쟁점 요소이다.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 때는 속죄금이라는 뉘앙스의 ‘쓰구나이킨’이 ‘위로금’으로 잘못 전해지면서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분노를 샀었다. 만약 일본 정부의 예산이 들어갈 안이 마련될 경우 이에 대한 명칭을 어떻게 할지는 매우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어서 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측이 마련한 위안부 문제 해법이 공개될 경우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한국 정부로서는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민과 위안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이 돼야 한다는 그간의 요구를 갑자기 바꿀 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일본 측 요구도 한국 국민의 정서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은 한일 수교 50주년인 올해라는 게 한일 외교가의 정설이다. 한국은 내년 4월에 총선을, 일본은 내년 7월에 참의원 선거를 각각 앞두고 있어 내년이면 양국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 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올해 8명이나 세상을 떠나 고령인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해법을 찾으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 조숭호 기자
#정상회담#위안부#일본#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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